|
그러나 이같은 아시아인 혐오는 중국 뿐 아니라 아시아 출신 전체로 향하면서 한인도 피해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아시아 증오범죄를 일으키는 이들은 미국내 인종차별 피해로 고통을 겪어온 흑인들이 적지 않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30분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편의점에서 24세 흑인 남성 하비어 라쉬 우디 실라스가 금속 막대기를 갖고 들어와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 편의점은 성열문 캐롤라이나한인연합회 이사장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 흑인 남성은 갑자기 과자 선반을 바닥에 넘어뜨리고 막대기로 냉장고와 테이블 등을 때려 부쉈다. 그러곤 욕설과 함께 성 이사장 부부를 향해 “중국인 XX들아,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자신이 부순 냉장고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꺼내 마시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이 편의점은 환승센터에 위치해 경찰과 경비요원들이 근처에 상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10대 흑인 청소년에게 한인 부부가 폭행당한 사건도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주에서 15세 흑인 소년은 아내와 길을 가던 한인 요리사 A씨에게 일부러 뛰어가 부딪쳤다. 이후 A씨는 이 소년에게 폭행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얼굴을 다쳤다. 경찰은 사건 발생 넉 달만인 지난 3일(현지시간) 가해자 소년을 체포해 2급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한 증거를 잡지 못해 증오범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가해자는 청소년 구치소에 수감됐다.
미국 내 아시아계 증오범죄는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폭증하고 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혐오&극단주의 연구센터에 따르면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150%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언사가 한몫 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일컬어 ‘우한 바이러스’나 중국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쿵 플루(kung fla)’라고 지칭하면서 미국 내 아시아계 전체를 향한 증오를 조장하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아시아 혐오범죄가 급증하기 시작한 건 미국에서 코로나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3~4월이라는 점이 입증한다는 설명이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인종차별과 증오범죄를 좀처럼 신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거라는 추론도 나온다.
|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0일 백악관에 아시아계 증오범죄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피해자 구호를 위한 기금 4950만달러(약 567억원)를 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