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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역할론' 재확인…국책銀 자본확충 힘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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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16.05.03 12:00:00

유일호 "국책銀 자본 확충, 순서 바뀔 수도"
협의체서 순조롭게 각론 논의할지는 미지수
유일호-이주열, '프랑크푸르트 회동' 없을듯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일(현지시간) 독일 메세 프랑크푸르트에서 나카오 다케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예방하며 악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프랑크푸르트(독일)=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둘러싼 ‘한국은행 역할론’을 재차 강조하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오는 4일부터 시작할 관계부처간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 협의도 당초 우려와 달리 순조롭게 굴러갈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선별적 양적완화 방식의 적극적 검토”를 언급한 이후 한은은 내심 발권력 동원에 부정적이었지만 어쨌든 지난 2일 “필요한 역할의 적극 수행”(이주열 총재)으로 한발 물러섰고, 곧이어 유 부총리도 한은 역할론을 강하게 시사했기 때문이다.

다만 각론에 들어가면 이견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의 지원 규모부터 쟁점이다.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이 어떤 식으로 정책조합을 할 지도 문제다.

유일호 “국책銀 자본 확충, 순서 바뀔 수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대해 “통상 재정이 한다”면서도 “환경에 따라 순서가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찾은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유 부총리는 “한은에서 발권력을 동원해 국책은행에 출자하는 게 아니다”면서도 “항상 경제정책이라는 게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설명한 한국판 양적완화는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출자하는 만큼 다른쪽 유동성은 다시 흡수할 가능성이 큰 게 골자다. 돈을 풀면 단기금융시장은 금리 하락 압력을 받게 되는데, 현재 1.5%인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려면 전체 통화량은 비슷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기금리(정책금리)를 제로로 낮추고 다양한 자산을 사들여 장기금리까지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미국 일본 유럽과 가장 큰 차이다.

한국판 양적완화가 경기부양을 위한 무차별적인 돈 풀기가 아니라 특정부문에 자금을 재배치하는 정책금융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유 부총리의 발언은 한은의 발권력을 이용해 대기업 구조조정에만 신용을 할당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인 셈이다.

한은도 정부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일단 거둬들였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2일 집행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한은은 기업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협의체서 순조롭게 각론 논의할지는 미지수

그렇다고 각론에 들어가면 순조롭게 논의될지는 미지수다. 발권력을 동원하는데 있어 한은 내부의 반발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이 얼마나 지원해야 할지, 어떤 정책조합을 해야 할지 등이 뇌관으로 꼽힌다.

유 부총리는 이날 한은의 지원 규모에 대해서는 “말이 나오는데 5조원 가지고 될지는 봐야겠지만…”이라고 했다. 수출입은행 등의 자금 사정상 최소 5조원 이상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은은 이 정도 대규모 지원은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 지원에 대한 부분도 있다. 정부는 산은이 발행하는 코코본드(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를 한은이 매입하는 방안을 띄우고 있다. 그러나 한은 측은 “더 논의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정부에서는 신종자본증권으로 할지, 후순위채로 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은 내부에는 오히려 정부가 공기업 주식 현물출자 등으로 산은을 지원해야 한다는 기류도 없지 않다.

유 부총리는 “통화당국이 얼마를 해주고 재정이 얼마를 해주고는 지금부터 잘 따져봐야 한다. 좋은 조합을 찾아보고 있다”고 했지만 난관도 적지 않은 셈이다.

유일호-이주열, ‘프랑크푸르트 회동’ 없을듯

일각에서 거론됐던 유 부총리와 이 총재간 ‘프랑크푸르트 회동’은 없을 전망이다. 거시정책의 수장인 두 인사는 3일부터 한·중·일 및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나란히 참석하는데, 이 때문에 현지에서 따로 만나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유 부총리는 “만날 이유도 없지만 안 만날 이유도 없다”면서 “시간이 별로 없다”고 했다. 4일부터 시작할 협의체에 일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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