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정책금융 체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정책금융기관 간 역할 재조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산업은행에서 분리됐던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합치고, 수출입은행에 대외정책 금융 기능을 몰아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책금융체계 개편과 관련, “정책기능을 재조정하려고 하다 보면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다보면 여러 논란이 발생하게 된다”며 “정책금융체계 개편도 수요자인 기업의 관점에서 개편을 추진해나가야 하고, 국가 전체 경제에 대한 고민이 함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늦어도 다음달중 정책금융 체게 개편 작업을 모두 마무리할 방침이다. 일단 정책금융에 있어 대내 업무는 산은에, 대외 기능은 수은에 각각 무게 중심을 두고 개편 작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4년전 산은에서 분리됐던 정금공을 산은과 다시 합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 관계자는 “정금공은 정책 목표로 만들어진 기관이기 때문에 되돌리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대외정책금융 부문은 수은이 중심을 맡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의 중장기보험 업무를 비롯해 정금공과 산은의 해외 금융 업무도 수은으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보의 중장기보험 업무를 수은으로 통합하면 수은의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걸림돌로 꼽힌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통합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공급자’인 정책금융기관 간의 물리적 통합에 얽매이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기관 간 개편보다는 상대적으로 조정이 쉬운 대외정책금융 기능만 일원화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책금융 기관의 중복을 없애고 효율성을 찾겠다는 애초 개편 취지도 살리지 못하고 ‘속 빈 강정’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