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제3세계 건설시장을 잡아라

양희동 기자I 2012.10.17 15:23:31

아프리카 적도기니 오일머니 풍부
방글라데시, 경제 개발 투자 확대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국내 건설경기 침체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 진출을 타진하던 중 아프리카의 부국(富國)인 적도기니를 만나게 됐습니다.”(정성훈 국제전기 이사)

국제전기는 전남 여수에 위치한 직원 25명, 도급액 120억원(지난해 기준) 규모의 중소 전기 시공업체다. 요즘 국제전기 직원들은 이름도 생소한 아프리카 적도기니의 미꼬메셍시(市) 공원조성 공사에 쓰일 가로등 제작(45개)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초 적도기니 정부는 국내에 공원조성 공사를 발주했고 국제전기가 전기부문 공사를 34만 달러에 낙찰받았다. 공사에 투입될 직원 3명은 비행기로 18시간 거리인 적도기니로 다음달 출국할 예정이다. 정성훈 이사는 “수주액이 크진 않지만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란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국제전기와 같은 중소업체가 제3세계 시장에 진출한 원동력은 국내 건설업계의 꾸준한 시장 다변화 전략 덕분이다.

◇오일머니 넘치는 엘도라도 ‘적도기니’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적도기니는 새롭게 떠오르는 제3세계 시장 중 하나다. 적도기니는 국토 면적이 경상남북도만 하고 인구도 50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그러나 1996년 거대한 유전이 발견되면서 경제가 급속히 성장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1인당 GDP는 3만6515달러(세계 20위)로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3만4294달러)보다도 높다.

아프리카의 강소국을 지향하고 있는 적도기니는 싱가포르를 경제발전 모델로 삼고 있다. 싱가포르를 개발의 기준으로 삼다보니 싱가포르 현지에서 공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가 그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을 시공한 쌍용건설은 적도기니 정부로부터 먼저 공사 수주 제의를 받았고, 지난해 7성급 호텔 수준의 공공건물 건설 공사를 7000만 달러에 단독 수주했다.

쌍용건설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적도기니에 30여명의 인력을 파견하고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 등에서 인부들을 불러모아 성공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1차 수주에서 시공능력을 인정받은 쌍용건설은 지난달 4000만 달러의 추가 건축공사까지 따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적도기니는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국내에서 수송하려면 3개월 이상 걸리는 먼 곳이지만 막대한 오일머니가 있어 시장성은 충분하다”며 “현지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어 향후 더 많은 공사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적도기니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부 공공건물 건설 현장.
◇최빈국 방글라데시도 경제 개발 붐

건설업계는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해외 저개발 국가도 틈새시장으로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의 최빈국 방글라데시에서도 물량을 따냈다.

방글라데시는 남한 면적의 1.5배 크기에 무려 1억40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나라다. 1인당 GDP는 2000달러 수준으로 전세계 150위권인 최빈국 중 하나지만 2008년부터 경제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동아건설은 작년 7월부터 방글라데시 정부 사업인 우타라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우타라 신도시는 수도 다카 서쪽에 조성되는 공무원 주거지역으로 총 3단계에 걸쳐 주택 6636가구(11억달러)를 짓게 된다. 동아건설은 지난해 2억 달러 규모의 1단계 사업 3360가구를 수주한데 이어 지난달 2단계 1764가구(3770만 달러)를 추가 수주했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국내 건설업체들이 그동안의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면서 중동과 동남아 등 기존 시장을 벗어나 아프리카나 중남미 같은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원청업체는 물론 하도급업체들까지 기존 시장보다는 제3세계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등 앞으로도 건설업계의 시장 다변화 전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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