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승찬기자] '급한 불은 껐다'는 안도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금융시장에 또다시 패닉이 찾아왔다.
우려했던 실물경기의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간밤 뉴욕증시가 지난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지자 국내 시장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대폭락에 허덕였다.
16일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와 원화, 채권값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융위기에 가려있던 경기후퇴 우려가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각종 신기록을 양산하며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밤사이 미국에서는 소매판매와 제조업 지수 등이 `최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발표됐고, 국내에서도 전날 고용지표에 이어 오늘 아침 나온 부진한 백화점 매출이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극대화시켰다.
사실 무근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장중 한때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내린다는 루머까지 나돌면서 공포는 극에 달했다.
이날 주식시장은 '폭락'이라는 표현만으로 부족할만큼 '대(大)폭락'을 경험했다.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대 낙폭인 9.44% 하락하며 지난 2006년 6월13일 이후 가장 낮은 1213.78까지 내려갔다. 이날 하루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64조원이 사라졌다.
신저가 종목도 속출했다. 코스피 시장 143개의 52주 신저가 종목이 나왔고, 코스닥 시장에서도 178개 종목이 지난 1년간의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이날 하루 시가총액 2위인 포스코(005490)가 10년만에 하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현대중공업(009540), 우리금융(053000) 등 대형주에서도 하한가가 잇따랐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133개 종목, 코스닥 시장에서는 241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내렸다.
실물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는 전체 아시아시장도 덥쳤다. 닛케이225지수는 11% 이상 폭락했고, 홍콩도 7% 이상 하락했다. 중국과 대만이 그나마 선방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3~4% 떨어졌다.
환율 시장도 10년만에 폭락을 경험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1373원으로 하루만에 133.5원 뛰었다. 이는 지난 1997년 12월31일 145원 오른 이후 10년10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개장초 한때 160.4원 올라 1399.9원을 찍기도 했다.
채권 금리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환율이 폭등하면서 달러 조달난이 가중되자 통화스왑(CRS) 금리는 1년물이 0%에 거래가 체결되기까지 했다. 달러를 받고 원화를 빌려줄 경우, 아무런 이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
채권 장외시장에서 국고채 5년물 8-4호는 전일보다 9p 상승한 5.30%에 마감했다. 3년물 8-3호는 9bp 오른 5.27%에 호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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