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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945원대서 `동작그만`..언제까지?

권소현 기자I 2008.02.18 16:11:17

박스권 갈수록 단단..은행권 포지션 베팅도 소극적
"이달말까지는 박스권 탈피 어려워..해외변수 나와야"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지난주(2월11~15일) 환율은 껌을 붙여놓은 듯 닷새 내내 945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장중에는 942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고 946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장 막판에는 945원대로 돌아왔다.

18일 역시 달러/원 환율은 정체된 모습을 보이며 945원 안팎에서 맴돌고 있다.

서브프라임과 관련된 신용경색 재료에도 환율은 이제 내성을 갖춰가고 있고 수급도 균형을 이루면서 박스권 장세를 당분간 이어갈 태세다. 환율 움직임에 민감하게 영향을 주는 증시도 뉴욕 증시와 디커플링되며 어느정도 안정세를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환율 박스권이 단단해졌다는 인식이 상하단을 더욱 틀어막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달말까지는 박스권을 탈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 기사는 18일 오후 2시8분에 유료뉴스인 '마켓프리미엄'을 통해 출고된 기사를 재출고한 것입니다)

◇단단해진 박스권..심리적 요인에 더 강화

 
                 최근 환율추이와 하루 변동폭
최근 수급은 공급과 수요 요인이 팽팽하게 맞서는 분위기다. 중공업체 수주 호조에 따른 네고물량이 계속 나오고 있는 반면, 결제수요와 외국인 역송금 수요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역외에서는 분위기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오가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애널리스트는 "보통 12월과 1월은 중공업체 비수기인데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업체들의 조업여력 부족 등으로 올해 선박수주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도 높았다"고 말하고 "그러나 오히려 1월 들어 4대 중공업체들의 수주실적이 37억달러에 달해 작년 1월 17억7000만달러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2월 들어서도 현대중공업이 3조원 넘게 수주하는 등 수주 호조는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줄기차게 주식을 팔아치워 올들어 지난 15일까지 9조8900억원 가량의 누적 순매도를 쌓아놓은 상태다.

일방적으로 공급 우위였던 분위기가 바뀌었고 이에 따라 지난해처럼 환율이 아래쪽으로 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높아진 것이 수급 공방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중공업체들도 매일 수주 소식을 전하고는 있지만 예전처럼 급하게 헤지에 나서는 분위기는 아니다. 어짜피 박스권이라면 조금 올랐을때까지 기다려 매물을 내놓는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입업체들은 환율이 조금만 떨어지면 바로 결제에 나서는 분위기다. 작년 환율 하락기에 결제를 늦추는 래깅(lagging)이 대세였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한 외환딜러는 "환율이 단단한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네고와 결제가 모두 원하는 수준에서 처리되는 장"이라고 말했다.

◇방향성 베팅도 소극적..`거래 할수록 손해`

이처럼 환율이 좁은 보폭에서 움직이자 환율 방향성에 베팅하는 은행권의 인터뱅크 딜러들이나 프랍(proprietary) 트레이더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박스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이렇게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이면 거래를 할 수록 손해볼 수 밖에 없다"며 "한 방향으로 베팅했다가 스탑하고 나와야 하는 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일 외환거래량(자료 : 서울외국환중개)

은행권이 포지션 거래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때 170억달러까지도 기록했던 거래량은 설 연휴 이후 계속 100억달러를 밑돌고 있다. 전반적으로 무거운 장세다.

거래를 해도 길게 한쪽 방향의 포지션을 유지하는 트레이딩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베팅한 방향과 다르게 환율이 움직이면 바로 스탑해 발을 빼고 다행히 방향이 맞았다고 해도 하루 이상 포지션을 가져가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앞선 외환딜러는 "굳이 오버나잇을 가져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베팅 차원에서 스퀘어를 가져가는게 그나마 유효한 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프랍 딜러는 "손실 상태면 프랍도 오버나잇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며 "그간 추세도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 이달말까지는 박스권 전망

시장 참여자들은 이달에는 환율이 이런 박스권을 탈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어느 한쪽이 확 물러서기 전까지는 환율이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서브프라임 부실이나 모노라인 문제에 대해서는 내성이 생긴데다 최근 장은 재료도 무시하고 가는 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음달에는 미국 연준의 금리결정이 예정돼 있고 수급에서도 배당금 역송금 등의 재료가 있어 박스권을 벗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환율을 크게 움직일만한 요인은 아니라는 의견이 높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2월말부터 월말 네고물량이 나올 것이고 3월 들어서는 배당금 재료가 있어 수급에는 다소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배당금에 대한 기대가 다소 지나친데다 이미 어느정도 환율에 반영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애널리스트는 "이번주 모노라인 문제가 고비인데 어떻게 해결될까에 따라 환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추가적인 악재가 터져서 증시가 한번 더 출렁거린다면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박스권 탈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3~4월에 나올 외국인 주식 배당금 관련 수요도 모멘텀이 될 수 있지만 기대보다 영향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며 "환율이 움직이려면 대외쪽에서 변수가 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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