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정말 전세대란이에요.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깁니다"
7일 오전에 방문한 노원구 상계동 주공1단지 A중개업소는 전화 벨 소리로 정신이 없다.
"요새 이 동네 전셋집은 '밤새 안녕'이에요. 신혼살림 차리겠다고 찾는 사람은 줄을 잇는데 물량이 달리니까 하루만 지나면 나와 있던 집도 없어져요" 전세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계약이 된다는 게 중개업소 직원의 설명이다.
1달 안에 입주할 수 있는 전셋집을 구할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일단 찾아는 보겠지만 딱 맞는 집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다. 지난 달만 해도 빈 집이 좀 있었는데 휴가시즌이 지나면서 다 빠져 요새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남은 건 핸디캡 있는 집뿐.."찬밥 더운밥 가릴 때냐" 타박만
중개업소간의 네트워크로 공동중개를 하고 있는 상계·중계·하계동 및 창동 지역 일대에서 빈 집으로 등록돼 있는 소형평형 전세는 8000만원에 나와있는 주공12단지 꼭대기층에 있는 21평형 단 한채 뿐이다.
최고층이나 저층 말고는 없겠냐고 묻자 "남아있는 것은 핸디캡이 있는 집들 뿐"이라며 "찬밥 더운밥 가려서 원하는 날짜에 맞춰 입주할 수 있겠냐"는 타박이 날아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은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뛰고 있다. 7월만 해도 전세값 9500만원-1억500만원 하던 집이 지금 계약하려면 1억3000만원은 줘야하는 형편이다.
◇상계동 주공 전셋값이 매매가 70% 육박
상계주공 3단지 17평형의 경우 현재 7000만원까지 올라 있는 상태다. 매매가는 1억500만원으로 전셋값이 매매가의 70%에 육박한다. 차라리 사는 게 낫겠다는 수요까지 생기면서 요지부동이었던 이 근방 소형평형 아파트 값도 상승기미를 보이고 있다.
신혼 부부들의 경우 새로 전세를 얻는 사람들이다 보니 전셋값이 오른 것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고 큰 저항 없이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전셋값이 껑충 뛴 이유로 꼽힌다.
월세로 나온 집은 더러 있지만, 보증금 비율이 낮고 월세부담이 커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소형평형의 경우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 월세로 50만-80만원씩을 부담해야 한다. 중개업소에서도 "월세 물건도 구하기는 어렵지만 월세 부담이 만만치 않으니까 전세를 막판까지 구해 본 다음에나 찾아보라"고 권한다.
상가주택이나 빌라의 경우는 비교적 물건이 있지만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가 그리 많지 않다.
"살 사람들 맘에 꼭 드는 집을 소개해 주는게 보람인데 요즘은 마음이 무겁네" 전세 대란을 실감하고 있는 중계역 인근의 한 중개업소 사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