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21개 국가가 회원국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10월 말 ~11월 초)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환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경제 성장과 공동 번영을 목적으로 만든 APEC은 회원국들이 매년 의장국에 모여 정상회의를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한국이 행사를 개최하는 건 이번이 세 번째로 올해는 경주에서 열린다. 1991년(3회) 2005년(17회)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열렸다. 정부는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23일 점검 종합보고회의를 연다.
이번 정상회의의 의미는 어느 해보다 크다. 우선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재명 정부의 역량을 국내에서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를 통해 세계에 알릴 수 있어서다. 탄핵 정국으로 실추된 국격을 회복하고 중단됐던 정상 외교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참석 여부는 아직 미정이지만 미·중 갈등을 완화시킬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자국 우선주의가 세계의 외교 트렌드가 된 시점에서 APEC 정상회의의 합의 성명이나 메시지가 향후 지정학적 나침반이 될 수 있다고 볼 정도다. 인공지능(AI)협력 및 인구 구조 변화 대응을 핵심 의제로 다루는 것 또한 의미가 크다.
하지만 국가 위상을 높일 절호의 기회라 해도 걱정을 지울 순 없다. 빠듯한 준비 기간과 회의장, 숙소, 교통 등 행사 인프라 등에서 마음을 놓기 어렵다. 대통령실이 14일 각국 정상들에게 공식 초청 서한을 발송했지만 정상들 일정이 수개월 전 확정된다는 점에 비춰 보면 너무 촉박하다. 장기간의 국정 리더십 공백 탓에 생긴 막대한 시간 손실이다. 준비기획단은 공사 진척률이 숙소 75%, 전시장은 40% 이상이라며 예정대로라지만 회의장 건설 공정률은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많다.
우리는 2년 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때 준비 부족으로 행사 중단 망신을 산 적이 있다. 각국 정상과 고위 관료, 기업인 등 2만여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APEC 정상회의는 잼버리 대회와 비할 바가 아니다. 정부는 새만금을 교훈 삼아 준비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다자 정상회의가 국가 위상에 흠집을 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