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초대박을 터트렸다. 유례없이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국민의힘에 정권교체의 희망을 쏘아 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이후 각종 선거에서 줄줄이 참패하며 보수정당의 몰락이란 평가까지 받았던 국민의힘은 지난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전당대회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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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당대회 당 대표 최종 투표율은 45.36%를 기록했다. 당초 기대했던 50%를 넘기지는 못했지만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의 합당으로 소란스러웠다. 재보선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선언해 양당의 합당이 최대 이슈였다. 이런 탓에 당내에서 합당 시기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전당대회 이전에 하느냐, 이후에 하느냐의 문제였다. 결국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기존 일정대로 소화하기로 결정하면서 관련 논의는 일단락 됐다.
전당대회의 초반 분위기는 초선들이 잡았다. 지난 4월 국민의힘 초선의원 총회에서 김웅 의원이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초선의 지지와 일부 중진 의원들을 등에 업고 김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이 집중 조명됐다. 특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조언을 얻으며 승기 분위기를 띄웠다.
김웅 의원은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2030대의 젊은층이 지난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에 힘을 몰아준 배경으로 개혁, 혁신, 쇄신의 바람이 투영됐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바람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이 당 대표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은혜 의원도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초선의 돌풍을 예고했다. 여기에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뛰어들어 세대교체 구도를 완성했다.
한쪽에서는 주호영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의 대결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팽배했다. 주 의원은 원내대표로 재보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경쟁력이 있었다. 나 전 의원은 재보선 경선 과정에서 입증된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했다. 이런 탓에 두 사람의 출마하면 ‘빅2’의 대결로 압축될 것이란 전망도 이어졌다. 두 사람은 출마 선언을 뒤늦게 하면서 이런 여론의 관심을 끄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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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은 예비경선부터 벌어졌다. 이 전 최고위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예상을 깨고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나 전 의원은 뒤를 이었다. 빅2의 구도가 ‘나경원-주호영’에서 ‘이준석-나경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어 국민의힘이 최초로 도입한 컷오프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벌어졌다. 무난히 컷오프를 통과할 것으로 분류됐던 김웅 의원이 탈락한 것이다. 김은혜 의원도 컷오프에서 고배를 마셨다. 초선들이 세대교체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컷오프 결과 이 전 최고위원, 나 전 의원, 주 의원, 홍문표·조경태 의원이 본선에 직행했다.
본경선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과 나 전 의원과 가시 돋친 설전이 이어지면서 두 명의 대결에 집중됐다. 계파논란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제설, 막말 리스크 등 네거티브 공방이 두 후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난 9일 마지막 합동토론회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과 나 전 의원은 공방을 벌였다. 나 후보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과거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설화를 일으킨 적이 있다면서 “이 후보의 언변이 자칫 굉장한 리스크가 될까 걱정된다. 언어 사용을 주의하겠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나 후보가 원내대표 때 한 말을 반복하지 않겠다. 그것은 나경원 리스크”라고 받아쳤다.
특히 나 전 의원은 토론회 도중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컥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대여(對與)투쟁 과정을 언급하면서 “제가 프레임 받고, 욕설당할 때 보호해주셨냐”고 울먹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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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흥행 속에 막을 내렸지만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전 최고위원과 나 전 의원 간에 설전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계파갈등과 다른 감정 싸움을 벌인 탓에 주변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새로운 당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물론 윤 전 검찰총장 등 당외 유력주자 영입에도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내부 갈등에 많은 에너지를 쏟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전당대회 직후 갈등 수습에 나서야 하는 배경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거와 비교하면 현재의 갈등 수준은 봉합하는 데 어려움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때는 더 (강력하게) 했다”며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