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진 전 교수를 SNS에서 만날 수 없게 되면서 그가 저술한 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 전 교수는 지난해 말 이른바 ‘조국 사태’를 시작으로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권과 여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 시작한 그가 SNS 활동과 함께 저서를 통해 자신의 의력을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
진 전 교수는 조 전 장관 임명에 동의한 정의당에는 탈당계를 내고 교수로 재직하던 동양대에는 사표를 냈다. 그러면서 진보의 모순과 비열함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대표적 진보 인사 중 한 명이었던 진 전 교수가 올리는 글은 큰 관심을 끌었다. 그의 페이스북 팔로어수 3만 7000여명이 그 증거다.
그는 또 올해 3권의 책을 출간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이상 천년의 상상), ‘보수를 말하다’(동아일보사)이다. 그는 책을 집필한 이유에 대해서 “민주주의 정권에서 사람들이 똑같은 권력의 횡포를 더 심한 방식으로 하는 걸 보고 화가 났다”고 지난 9월 열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기자 간담회에서 털어놨다. 이들 책에서 진 전 교수는 현 정권과 진보에 대한 비판은 물론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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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정치 엘리트’, 조국 옹호로 스스로 옹호”
가장 먼저 출간된 책은 지난 8월 나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다. 책은 서민 단국대 교수, 김경율 경제민주주의 21 대표,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강양구 TBS 기자 등 진 전 교수처럼 현 정권을 지지하다 돌아선 5명이 공동 집필했다. 비슷한 시기 조국 백서추진위원회에서 제작한 ‘검찰 개혁과 촛불시민’, 이른바 ‘조국 백서’에 대항해 집필을 시작했다. 책은 ‘조국 흑서’라는 별명을 얻으며 출간 첫날 1쇄 5000부가 다 팔렸다.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 올렸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의 주축인 ‘586 정치 엘리트’를 향해 날을 세웠다. 진 전 교수는 “그들이 조국을 옹호할 때 실은 자기를 옹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록 허위의식이었다 해도 과거 386은 노동자·농민을 대변한다는 자의식이 있었다”며 “지금 586 정치 엘리트들은 강남, 목동에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물질적 기반은 과거 보수와 다르지 않고, 그 자리에 도달하기 위해 그들과 같은 방법을 썼다”며 “그래서 조국의 반칙이 그들에게는 반칙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열은 민주당의 치명적 버그”
연이어 출간한 책에서 그는 문재인 정권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 11월에 출간한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가 그것이다. 이전 책에서 조국사태부터 올해 2월까지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책을 썼다면 이번에는 그 이후부터 문 정권에서 일어난 모순들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일본 위안부 할머니 성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의혹을 받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전 대표 등의 사건을 30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그는 책에서 현재 시대상을 좌익과 우익으로 나누었던 ‘1930년대 독일 사회’에 비교했다. 그 근거로 현재 한국 사회가 자기가 속할 진영부터 정한 다음, 거기에 입각해 참·거짓의 기준과 선악의 기준을 다 바꿔버린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가 “조국이 임명한 윤석열은 민주당 프로그램의 치명적 버그(오류)”라는 구절은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은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라 검찰 조직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본다”며 “사회의 거악을 척결하는 것이 검찰의 의무이고 이쪽이든 저쪽이든 공정하게 칼을 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치려면 날카로운 칼이 필요하니 썼는데, 다음에 그 칼이 자신을 향하니 감당이 안 된 거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자신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목소리 높이기도 했다. 북한의 위협이든, 코로나19의 위협이든 공포심을 이용해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제한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그저 경도의 차이”라며 “유신정권의 긴급조치가 경성이라면, 현 정권의 코로나 긴급조치는 연성 독재”라 부연했다.
◇‘공포 마케팅’ 매몰된 보수…‘합리적 보수’로 개혁해야
진보에 대한 비판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달에는 보수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한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를 출간했다. 단순히 지적을 위해 쓰진 않았다. 그는 “보수는 과거 반성 위에서 새 출발을 해야 한다”며 “반성에는 냉정한 자기 인식이 필요한데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보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중립적 시각에서 전달하려 했다”고 출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보수가 ‘극우 반공주의’,‘시장 만능주의’ 등 과거 공포 마케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에서는 지금껏 ‘세금을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 질서를 세우자’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바로 ‘종북좌파’, ‘사회주의’ 등의 딱지를 붙였다. 진 전 교수는 “대중도 오랫동안 선동에 세뇌당했고, 동시에 지금 당이 달라지려 해도 개혁이 쉽지 않은 이유”라고 꼬집었다.
보수 지지자들은 이제 그들이 ‘좌빨’이라 불러온 정책을 채택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결국 보수는 개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연성과 정책적 상상력까지 박탈당했다는 것이 진 전 교수의 주장이다. 보수가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 ‘합리적 보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합리적’이라는 뜻을 “진영의 게토에서 벗어나 보수의 주장을 중도 시각에서 개진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 그는 그러기 위해선 정치적 소통의 대중적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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