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최순실 주초 소환…긴급체포·구속영장 수순 밟을 듯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전격 입국한 가운데 관련 의혹을 들여다보는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이 사실상 해외도피를 했던 최씨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출국 57일 만에 귀국…긴급 체포 뒤 영장청구할 듯

최씨는 30일 오전 7시30분 런던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지 약 한 달 만인 9월 3일 독일로 떠났다가 57일 만인 이날 한국으로 돌아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몸을 추스를 시간을 달라”는 최씨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귀국한 당일 소환하지는 않았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최씨의 소환일정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소환통보는) 필요하면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만큼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검찰이 최씨 소환을 미루긴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씨가 입국한 이상 검찰은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다”며 “최씨가 고발된 지 한 달이 넘었고 국민적 여론까지 뜨거운 상황이라 검찰은 내일이라도 바로 최씨를 소환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이 최씨를 긴급체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최씨가 사실상 ‘해외도피’를 해온 데다 증거인멸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씨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여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여지가 있다는 점 역시 검찰로서는 신변 보호를 위해서라도 최씨를 수감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여론을 감안할 때 검찰이 최씨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체포 후 구속영장 청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대통령 연설문 유출, 재단 사유화 ·자금횡령 등 의혹 산더미

검찰이 최씨를 상대로 조사할 의혹은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 유출 △미르·K스포츠재단 사유화 및 기금 유용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씨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 특혜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최씨는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과 청와대 비서진 개편, 국방·외교·경제·대북 관련 기밀 문건을 사전 열람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최씨가 어떤 통로를 통해 기밀 문건을 받았는지 또 이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진 않았는지 들여다 볼 계획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청와대 내 최씨 측근으로 의심받는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이영선 전 제2부속실 행정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한 뒤 사유화하고 800억원대 기금 모금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최씨가 기금 모금을 위해 청와대를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기업에 압력을 넣은 것은 아닌지, 개인회사인 더블루K와 비덱스포츠를 통해 두 재단 기금을 유용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또 딸 정유라씨와 관련, 이화여대 원서접수 후에 딴 메달이 입학점수에 반영되고 출석하지 않고 학점을 따는 등 학사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검찰이 수사할 부분이다. 앞서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정씨의 이대 부정 입학 의혹을 밝혀달라며 최씨 모녀와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을 고발했다.

일부에서는 최씨가 그동안 수사에 대비해 충분히 준비했기에 검찰수사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 두 달이 넘고 상당수 증거인멸 정황까지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최씨가 대응책을 철저히 마련하고 귀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