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신용불량이 된 한 중소기업인이 신문에 재기자금 모금 광고를 내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9일 한 조간신문에 `신용불량자의 자금모급입니다`라는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신용불량이 된 자신이 신제품 개발을 완료, 제품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나 자금이 부족하니 투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게 골자다.
지난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중소기업을 운영해온 이모씨가 광고를 게재했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주차 턱 생산에 나선 업체다.
2006년 본업과 크게 관련이 없는 금융투자에 나선 것이 화근이 됐다. 이씨는 "본업은 제대로 됐지만 금융투자에 따른 손실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결국 이 씨는 지난해 초 회사를 하청업체에 매각했다. 하지만 기술보증기금 대출자금은 해결되지 않아 결국 이씨는 지난해 7월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씨는 회사를 매각한 뒤 도로나 주차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사경 고정장치에 개발에 나서 지난 2월 시제품 제작을 완료하고 납품처도 확정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추가 자금이 들어 오지 않아 앞길이 막막해졌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1월 자신을 신용불량자로 등록한 기술보증기금측과 이번 사업문제를 상의했다. 기보 측에 자신의 재기 사업 구상을 설명하자 기보측에서 자신들이 준비하고 있는 재창업자금 프로그램에서 자금을 지원할 수 있을 것처럼 했단다.
이에 여기저기서 1억2000만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금형 설비 등을 들여놓고 시작했는데 몇달이 지나도 기보 측은 연락을 주지 않았다.
뒤늦게 지난달 재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도 찾아가 봤지만 신용회복위원회 신용회복 절차와 기업심사를 고려할 때 두 달 이상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중진공의 재창업자금 지원은 빨라도 40일은 소요된다.
그는 "3억원 가까운 빚을 없애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사업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며 하지만 "몇달이 흐른 지금 기보측은 일단 아내가 빚을 넘겨 받으면 신용불량자에서 제외시켜 주겠다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3억원 모금을 목표하고 있다. 법인전환시까지 투자금에 연 12% 이자를 지급하고 법인전환이 될 경우 액면가 주권으로 바꿔줄 계획이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 2일 신용회복위원회안에 재창업지원위원회를 신설하고 재기자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신보와 기보, 중진공 등이 참여하는 재창업지원위원회는 중진공의 재창업자금 지원과 비슷한 절차를 거쳐 자금 지원에 나서게 된다.
채권금융회사 동의 절차까지 있어 시간은 오히려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실패한 중소기업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적기에 제대로 지원이 이뤄질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