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용철기자]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가 강제송환되는 일이 현실화될까.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22일 `X파일` 불법감청사건 수사와 관련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에 대해 미국측과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강제 송환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 이들의 강제송환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이 회장의 출국 배경을 둘러싸고 건강이상설이 나오는가 하면 검찰수사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리를 피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었다.
이런 시점에서 천 장관의 발언의 진의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만일 이같은 일이 현실화된다면 재벌총수의 강제소환이라는 전례가 없는 사안인 만큼, 이를 놓고 국론이 양분될 것은 물론이다.
일단 천장관의 발언은 이 회장 및 홍 대사의 자진 조기귀국을 종용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천 장관은 이 회장과 홍 대사가 자칫 미국에서 장기체류할 경우 향후 수사가 난항에 빠지고 검찰에 대한 비난여론이 고조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이같은 발언을 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삼성회장의 경우 지난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당시에도 미국으로 출국한 뒤 사건이 모두 마무리된 뒤인 5월에 귀국한 전례가 있다. 또 해마다 가을이면 국외로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아 국정감사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줄곧 사왔다.
특히 올해에는 불법도청 사건, 기아차 인수 의혹사건 등으로 인해 이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게 사실. 삼성측도 이처럼 이 회장의 검찰 소환 및 국정감사 증인출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각도로 로비를 벌여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안기부 X파일을 통해 폭로된 삼성그룹 불법 자금사건, 기아차 인수로비 의혹 등 각종 의혹사건의 정점에 이 회장이 있었다는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의 갑작스런 출국 소식에 검찰은 당황할수 밖에 없었다.
이 회장의 갑작스런 출국에 앞서 소환 시기를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진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도 이 회장과 홍 대사 진술이 없다면 삼성 수사에 대한 진전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자진 귀국방안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출국은 참여연대가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 홍 대사와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이 회장을 고발했고 민주노총과 기아차 노조도 삼성의 기아차 인수 로비 의혹을 제기하며 이 회장과 강경식 전 부총리 2명을 고발하면서 이 회장 소환이 임박한 것 아닌가라는 관측이 나오던 시점이었다.
홍 대사가 지난 97년 대선 자금을 전달했다는 X파일 내용과 세풍 사건 당시 삼성이 이회창씨 측에 대선자금을 전달한 내용이 적힌 수사 기록이 상당 부분 일치하는 점도 대선자금 배후에 이 회장이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었다.
때문에 천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검찰의 수사가 난항에 빠지는 것을 사전 차단하는 한편, 이 회장 및 홍 대사의 자진 귀국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93년 호주에 이어 두번째로 미국과 형사사법공조조약을 체결, 현지인의 해외범죄나 외국인의 국내범죄, 현지 피의자의 해외도피 등에 대해 한미간 수사기관 공조수사를 통해 이들에 대한 강제송환이 가능하다.
미국과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이 회장과 홍 대사의 강제 송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이번 천 장관의 발언에 따라 향후 삼성측과 관련된 각종 의혹사건을 풀어나갈 검찰 수사가 급진전될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