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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다솔 인턴기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갈 곳을 잃은 아프간 자금이 암호화폐로 향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최근 현금 부족, 국경 폐쇄, 통화 가치 폭락, 인플레이션 등의 최악의 상황을 맞은 아프간인들이 헤지수단이자 투자처로 가상화폐를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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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가치 하락에 따른 헤지 수단·투자처로 급부상
CNBC는 아프간 청년 파한 호탁(22)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아프간 통화인 아프가니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은행이 문을 닫으며 현금 인출이 불가능해지자 암호화폐 투자에 나섰다.
호탁은 “(아프간에서)가질 수 있는 자원이 매우 제한돼 있다”며 “암호화폐로 많은 돈을 벌었고, 더 큰 가능성을 보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사 라민(27)도 최근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라민은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기 몇 달 전 가상화폐를 매수했다. CNBC는 라민의 현금은 통화가치 하락으로 휴지 조각이 돼버린 반면 암호화폐는 수익을 내고 있다며 가상화폐가 신뢰할 수 있는 헤지수단으로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라민은 “한 달 동안 암호화폐에 투자하며 건설업 1년치 연봉을 넘는 돈을 벌었다”고 전했다.
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라민은 가상 자산을 유용한 헤지 수단으로 보고 있다. 라민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에서도 “베네수엘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가상화폐가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가장 안전한 방어책이며 내년에는 보유 자산의 40%까지 투자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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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인 가상화폐 투자 올해 들어 급증
최근 공개된 데이터들도 아프간에서 암호 자산 투자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글 트렌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검색이 급증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인애널리시스에 의하면 아프가니스탄은 ‘2021년 세계 암호화폐 채택’ 순위에서 154개국 중 20위를 차지했다. 개인간(P2P) 거래량을 제외하면 7위로 올라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프간은 순위권 밖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추정치보다 많은 아프간인들이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상당수 아프간인들이 가상사설망(VPN) 등을 사용해 IP 주소를 숨기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거래가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편, 최근 아프간에서는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이 일어났다. 지난 15일에는 수백명의 카불 주민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사람들이 은행 앞에 줄지어 선 모습이 온라인에 공유되기도 했다. 카불의 저널리스트 알리 라티피는 “현재 아프간에는 이용할 수 있는 은행과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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