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바람이 불면서 아이들은 마음은 이미 야외로 나가 있다. 금요일이면 질문이 쏟아진다. 아빠 내일 뭐 할거야. 어디가. 난감하다. 딱히 갈만한 곳도 없고 무작정 나서러니 아이들의 불만을 감당할 자신도 없다. 이럴때 누가 여기 괜찮아 추천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전 기대 없이 가본 양평 ‘리버마켓’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만들고, 놀고, 꿈꾸고가 슬로건인 리버마켓은 가족들 최고의 놀이터였다.
문호리 리버마켓은 2014년 4월부터 첫 장터가 열렸다. 북한강 변을 따라 1,2km 구간에 예사롭지 않은 하얀 천막이 있다. 그 속에 한 달에 1번 주말에만 열린다. 정확한 일정은 자체 페이스북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탐나는 물건과 먹거리, 체험이 가능한 번개 시장이다. 이곳은 서울 인접 지역으로 특히 외지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제2의 고향으로 마을 모두가 행복하게 살 방법이 없을까? 라는 고민 끝에 자발적인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130여 개의 셀럽으로 시작해 그 규모는 배가 넘었다. 직접 생산한 제품, 수제먹거리, 도자기, 수공예품을 판매하며, 소풍 같은 하루를 함께 보낸다.
서울에서 문호리까지는 춘천 간 고속도로가 편리하다. 국도를 이용해 문호리까지 오면 다시 먼 길을 유턴해서 주차장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서종 나들목에서 내려 문호리 방향으로 목적지까지 약 3km 정도다. 주말이면 이 거리가 매우 혼잡하다. 막히는 차 안에서 큰 아이가 창문을 열고 손을 내민다. “엄마 창밖으로 손을 내미니까 바람과 손을 잡은 것 같아”라고 하자, 둘째 아이는 “창문을 열고 입을 뻐끔뻐끔 하니 오늘의 맛은 사랑에 맛이다”라고 개구쟁이처럼 말한다. 마음이 봄과 닮은 아이 참 예쁘다.
△리버마켓 오감으로 즐기자.
하늘 같은 옷장,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디자인 옷 가게다. 풍경 만들기에는 아이들이 도자기에 예쁜 컬러로 색을 칠한다. 손수 빚은 도자기 제품들도 많다. 집 식탁에 두고 싶은 그릇, 손맛이 느껴지는 커피잔, 화병을 보며 어떤 것을 사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발걸음은 앞을 향하는데 마음은 계속 뒷걸음질 친다. 후각은 커피 향에 빠진다. 콜롬비아 수프리모, 본주네 더치커피, 연이어 TV에서 보았던 터키식 모래 커피 ‘에딧의 커피 스토리’에서 멈춰 선다. 사람들이 신기한 듯 모래 커피를 구경하고 있다. 모래 온도는 300도 이상이라고 한다. 물과 원두를 넣고 올려놓으면 거품이 올라온다. 거품이 넘치지 않게 온도조절을 해, 두세 번 거품이 오르면 잔에 넣어 먹는다. 일반 커피 맛과 달라 이색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은 호기심에 먹어본다.
‘밀랍떡’ 언제 만들었나? 오래전부터, 알 수 없다는 뜻이겠지? 밀랍 떡은 ‘슬로푸드’ 국제본부의 ‘맛의 방주’에 등재된 먹거리다. ‘맛의 방주’는 글로벌 푸드로 소멸 위기에 처한 종자나 식재료를 찾아 목록을 만들어 기록함으로써 향토 음식을 지켜나가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다. 특정 지역에 농민이나 소규모 가공업체에 의해 제한된 양을 생산한다. 밀랍은 일벌의 배 아래쪽에 분비되는 노란색 물질로 향균 성분도 뛰어나고 소화가 잘된다. 직접 재배한 쑥, 찹쌀, 밀랍, 들기름으로 섞어 만들어진다. 그날 기다리는 줄이 길어 먹어보지는 못했다. 다음번에는 꼭 그 맛을 보리라,
또 다른 재미를 찾았다. 셀럽들의 간판이 예사롭지않다. 개성 넘치는 간판을 둘러봤다. 예쁜말 간판이 너무 많다. 샘에 비친달, 바람개비들이 꿈꾸는 세상, 꿈꾸는 인형, 마링앤코코, 보리나무, 세요각시, 손거미, 따사로운 정원, 핑크테이블, 꼬매질, 뻥치시네, 어서오슈, 맘딸, 수소달고나, 밥이 브라운, 흙투성이 등 간판 크기, 재질, 글씨체, 구성도 제 각각이다. 마켓을 처음 시도한 사람들의 마음이 이처럼 다양하고 따뜻했으리라. 행복하게 만들고, 즐겁게 놀며,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이곳에서 행복한 사람의 추억은 머지 않아 다시 재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