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 플라스틱 욕실용품을 납품하는 동서P&W 허대선 사장은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소식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직원 30여명을 둔 중소 제조업체다. 생산한 제품의 70%는 이마트에, 나머지 30%는 재래시장 도매상에 납품한다.
동서P&W는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피크를 이룬 지난 7월 매출이 1억4000만원으로 1년전보다 2000만원 정도 줄었다. 반면 재래시장에서 거둔 매출은 5000만원으로 작년과 달라진 게 없었다.
허 사장은 “판매가 줄었다고 비용이 덜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라며 “원부자재를 들여올 때 일정 물량 구매시 받을 수 있는 DC(가격할인)를 못받아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동서P&W는 고용하던 외국인노동자 15명을 9명으로 줄였다. 허 사장은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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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농어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요 판로인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현재 대형마트와 SSM 의무휴업일을 월 2회에서 3회로 늘리고, 영업시간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형마트나 SSM뿐 아니라 이들과 거래하는 납품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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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대표는 “농업도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데 이런 식으로 판매하느니 차라리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될 것을 생각하니 답답하다”고 했다.
홈플러스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신선미세상은 대형마트 월 2회 휴무로 월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1% 감소했다. 결국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 90명 가운데 15명을 내보냈다. 신재민 신선미세상 이사는 “의무휴업일이 2일에서 3일로 늘어나면 월매출은 20% 정도 줄어들 것”이라며 “어느 회사가 이 같은 피해를 입고 견딜 수 있겠냐”고 항변했다. 그는 “마트만 보지 말고 농가나 협력업체들이 입게될 피해도 봐달라”고 하소연했다.
생선회와 같은 수산물을 납품하는 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산물유통업체 사장은 “마트에 납품하려고 위생시설과 시세관리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후회스럽다”면서 “월 3회 휴무가 시행되면 직원들을 줄여야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그는 “우리같은 유통업자도 문제지만 양식장을 가진 사람들의 고민은 더 크다”며 “판로가 좁아지면서 문을 닫는 양식장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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