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0일 전주에서 열린 10차 합동연설회에서도 서로 치고 받는 치열한 '공방을 지속했다. "축재를 일삼는 사람"(박근혜), "남을 끌어내리는 삼류정치"(이명박) 등 인신 공격성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정치권의 메가톤급 이슈로 떠오른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양 캠프간 입장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이왕 하기로 한 것 제대로 하고 오라"며 정상회담 이슈를 적극 제기한 반면 이 전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만나서 엉뚱한 일을 하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 "축재 일삼는 자에게 독하다" vs "삼류정치 끝내라"
박 전 대표는 "독해졌다고 말하는 분이 있는 데 박근혜는 법을 지키고 거짓말 안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누구보다 부드럽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대전 합동연설회에서 "독해졌다"는 이 전 시장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그러나 법을 안지키고 거짓말 잘 하고 수단방법을 안가리고 축재를 일삼는 사람에게는 누구보다도 무서운 사람이 박근혜"라고 말해 지지자들의 열띤 환호를 받았다.
박 전 대표는 " 5년 전 우리는 깨끗한 후보를 내놓고도 정권의 공격에 무너졌다"며 "이번 대선에서 후보가 부동산, 세금, 위장 전입, 거짓말까지 모든 것이 의혹투성이라면 과연 이길 수 있겠는가"며 이 전시장 본선 '필패론'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지난 6개월 동안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음해를 받았지만 모두 거짓말로 밝혀졌다"며 "아무리 음해를 해도 이명박의 지지율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며 박 전 대표의 공격을 비껴갔다.
그는 "다른 것은 참아도 어머니를 모역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며 "돈 주고 위증을 시켰다고 거짓말 했던 사람도 결국 감옥에 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시장은 박 전대표를 겨냥해 "헐뜯는 정치, 남을 끌어내리는 삼류정치는 끝내야 한다"며 "정직하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朴 '정상회담' 이슈 제기 vs 李 "강력한 리더십 갖춰야"
이날 합동연설회에서 양측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연설 서두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말하겠다"며 정상회담 이슈를 본격 제기했다.
그는 노 대통령에게 "이왕 하기로 한 것 평양 가서 제대로 하고 오라. 핵문제 확실하게 해결하고 오라"며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남북 정상회담에 북한 핵문제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비해 보다 분명해진 메시지다.
반면 이 전 시장은 정상회담이 '대선용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핵폐기에 도움이 된다면 (남북정삼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김정일 위원장도 노무현 대통령도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두 분이 만나서 엉뚱한 일을 하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전 시장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질풍노도 바다에서 항해하며 살아온 사람만이 김정일과 북한을 상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합동연설회는 찜통더위에도 불구하고 시작 1시간 전부터 각 후보 진영의 유세로 열띤 분위기였다. 3000석 규모의 화산체육관은 연설회 시작 전 자리가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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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비비지 못한 '비빔밥 회동'
연설회에 앞서 강재섭 대표,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 김형오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4명의 경선 후보들은 전주 시내 한 식당에서 '비빔밥 회동'을 가졌다.
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비빔밥은 잘된 밥, 나물, 고추장, 참기름 등 4가지가 필요하다. 우리 후보 네분이 있는데 잘 비벼야 맛이 난다. 밥 따로 나물 따로 하면 잘 안비벼진다"며 우회적으로 경선 과열을 지적하고, "당 화합을 위해 전당 대회 2~3일 후 워크숍을 갖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 후보는 제대로 된 대화는 커녕 나란히 앉기조차 피하는 등 내내 냉랭한 모습을 연출했다. 자리는 "비빔밥 회동"이었지만 양 후보의 드러난 내심은 여전히 "안 비벼지는 비빔밥" 선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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