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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성과급’이 불러온 파장…집값·물가 올리더니, 결국 대출 문턱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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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영 기자I 2026.07.17 08:00:03

억대 성과급 나비효과...소비·부동산·채용시장으로 확산
DSR 소득 산정 2년→3년…성과급 받는 근로자 다 피해
호황 끝나 성과급 줄면 늘어난 빚은 고스란히 부담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A씨는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 평소 눈여겨 보던 아파트를 드디어 계약했다. 연봉은 1억원 정도지만 지난해 회사 실적이 좋아 억대 성과급을 받으면서 주택담보대출시 필요한 인정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다. A씨는 기존 신용대출을 갚은 뒤 주담대를 최대한도(6억원)로 받고, 성과급 등 여유자금을 합해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하지만 같은 지역에 4년간 반전세로 거주하던 직장인 B씨는 살던 동네에 집을 살 생각이었지만, A씨처럼 높은 성과급을 받은 직장인들이 몰려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내 집 장만은 커녕, 저렴한 집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할 판이다. B씨는 “대출 받을 수 있는 한도도 적은데, 그나마 은행들이 대출 신청은 받겠지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한다”면서 “결국 밀려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전닉스’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잔치가 직원들의 통장을 넘어 금융·부동산·소비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억대 성과급이 대출 한도를 늘리고 주택과 자동차 구매 여력을 키우는 동시에 다른 기업의 임금 인상과 인재 확보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한 해 성과급만으로 대출 한도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겠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소득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지난 15일 발표한 올해 하반기 업무계획에 포함해 성과급을 많이 받지 못하는 직장인들까지 피해를 입게 됐다. 반도체 호황이 직원들의 소득을 끌어올리자 가계대출 규제까지 강화된 셈이다.

‘삼전닉스 성과급’이 불러온 파장…집값·물가 올리더니, 결국 대출 문턱도 높였다


주담대 6억까지 받아 집 살 수 있게 된 그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2025년도 실적에 따른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직원 1인당 약 1억5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적용한 결과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부문의 실적을 반영하는 새로운 성과급 제도를 마련하면서 메모리사업부를 중심으로 고액 보상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성과급이 늘면 단순히 통장 잔액만 불어나는 것이 아니다. 은행이 DSR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연소득도 커질 수 있다. DSR은 연간 소득 가운데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쓰는 금액의 비율이다. 은행권에서는 일반적으로 DSR 40%가 적용되기 때문에 인정소득이 1억원이면 1년에 갚을 수 있는 원리금을 4000만원까지, 인정소득이 2억원이면 8000만원까지로 보는 구조다. 실제 대출 한도 차이는 상당하다. 기존 신용대출 1억5000만원이 있는 연봉 1억원 직장인이 성과급 1억5000만원을 받고 30년 만기 주담대를 신청한다고 가정하면, 성과급을 한 해 소득에 모두 반영할 경우 주담대 한도가 수도권 상한인 6억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게 은행권 계산이다.

그러나 성과급으로 인해 인정소득이 늘어 주담대 한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한 금융 위원회가 성과급을 2년에 나눠 반영하면 한도는 4억2100만원, 3년에 나눠 반영하면 2억8500만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사람이 같은 집을 사더라도 성과급을 소득으로 인정하는 방식에 따라 대출 가능액이 3억원 넘게 차이 나는 것이다.



성과급 인상에 물가 뛰고, 인재시장 쏠림현상까지

성과급은 물가 상승 효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고액 성과급이 일부 직원만의 ‘보너스’로 끝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상위 1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업체 비중이 늘어나면 약 5개월 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5%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고액 성과급을 받은 정보기술 기업 직원들의 소비가 늘면서 인근 도소매와 음식·숙박업 수요가 증가하고, 다시 서비스업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이 있는 평택·화성과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있는 이천·청주 등에서는 직원들의 소비 여력이 커지면서 음식점과 유통점, 자동차 판매점, 부동산 중개업소 등이 간접적인 혜택을 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고액 성과급은 기업 내부의 인력 이동 심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지난달 조합원 8297명을 조사한 결과, 향후 2년 안에 이직할 의향이 높다는 응답은 파운드리사업부 81.5%, 시스템LSI사업부 75.4%에 달했다. 반면 올해 약 6억원의 성과급이 예상되는 메모리사업부는 32.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사업부별 실적과 보상 격차가 직원들의 잔류 여부를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들이 실제로 어느 회사로 이직하려는지는 조사되지 않았다.

반도체 기업의 보상 수준은 대학 입시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2026학년도 정시에서 SK하이닉스와 채용 계약을 맺은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경쟁률은 11.80대 1,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9.00대 1,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7.47대 1을 기록했다. 같은 해 서울 주요 11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5.31대 1이었다. 취업 보장과 장학금, 반도체 호황에 따른 높은 보상 기대가 함께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성과급 경쟁은 반도체업계 밖으로도 번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고,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해 달라는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HD현대일렉트릭 노조에서는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가 나왔다.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연동 보상 논쟁이 삼성전자를 거쳐 자동차·조선·방산·전기업계의 임금협상으로 확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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