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에 있는 비닐 원단 제조업체 A사의 김도원(가명) 대표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비닐의 원료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다. 비닐 원료들은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나프타로 만든다. 중동전쟁발 나프타 수급 대란 여파가 비닐업계에도 번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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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에 따르면 전쟁전 톤당 140만~150만원 정도 했던 비닐 원료 가격은 이미 20만원(약 15%) 정도 오른 상태다. 25일에는 4월1일부터 톤당 원료 가격을 50만원 더 올린다는 석유화학 기업의 공문이 내려왔다. ‘후불제’ 정산 시스템은 비닐 제조업계의 공포감을 키웠다. 다수의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비닐 원단 제조업체들은 석유화학 기업 대리점으로부터 원료를 미리 받고 정산을 후불로 진행한다. 결국 오늘 사용하는 원료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모른 채로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도 “가격을 알고 사야지 모르고 사는 건 구조가 좀 이상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공포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용 포장지 제조 기업 C사는 공장 가동률이 50% 수준으로 축소된 상황이다. 농업용 포장지 제조 기업 D사는 현재 남아 있는 재고가 1주일 수준으로 수급이 계속 안 될 경우 공장 가동을 중단할 위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식품 포장지 제소 기업 E사 관계자는 “알루미늄 기반의 포장지를 만들고 있는데 원자재 값이 ㎏당 5000원에서 9000원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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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와 같은 비닐 원단 제조업체부터 비닐 완제품 제조 업체, 비닐을 판매하는 브랜드사까지 공급망 내 업체들은 4월이 특히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체가 영세할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다. 비닐 완제품을 판매하는 비닐 브랜드사의 송연진(47) 이사는 “지금처럼 수급 차질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공급업체는 큰 고객사만 선별하고 (우리 같은) 작은 업체는 다 버린다. 남아 있는 원자재나 제품을 큰 고객에게만 공급하고 종료하는 개념”이라며 “우리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위탁생산(OEM) 업체에 주문을 넣긴 했는데 물건은 아직 안 나온 상태”라고 말했다.
비닐 완제품 제조업체 B사 대표 장모씨도 “비닐 원단을 받아 제품을 찍어내야 하는데 2~3주 전부터 발주 넣은 게 잘 안 들어오고 있다. 이미 가동률은 20% 정도 떨어졌다”며 “원료 수급이 더 어려워지는 시점이 머지않았다고 본다. 그때는 우리도 기계도 세우고 직원들도 출근을 못 하고 완전 멈춰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이 중소벤처기업연구원(중기연) 부연구위원은 이날 중동 전쟁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내고 “중동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중소기업의 원부자재 수급 안정과 수출시장 다변화 지원을 선제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수급 측면에서는 전략비축, 우선공급 협력체계 구축, 대체 공급선 확보 등을, 수출 측면에서는 신규 시장 진출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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