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V시장을 두고 ‘화질 싸움’을 벌이는 국내 대표 가전업체 삼성·LG전자가 TV 아래서도 ‘소리 없는’ 소리 전쟁을 시작했다. 긴 막대 형태의 음향기기인 ‘사운드 바(Sound Bar)’를 통해서다.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수요 증가로 TV 시장과 함께 사운드 바 시장도 덩달아 커진 가운데 양사는 최근 새 사운드 바를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확장에 나서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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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시장 조사기관 퓨처소스에 따르면 지난해 사운드바 시장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약 6조4000억원, 수량 기준으로는 2013만대 수준이다. 이는 전년(1878만대) 대비 약 7% 성장한 것으로, 애초 2022년에야 200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보다 2년 빨리 달성한 수치다.
국내 시장으로 좁힐 경우 시장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운드바 시장은 매출액 기준으로 전년 대비 42%나 성장했다.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의 성장세를 보였다.
사운드 바는 ‘사운드(Sound·음향)’를 내는 ‘바(Bar·막대)’라는 이름처럼, 가로로 긴 막대 형태를 한 스피커를 의미한다. 홈시어터(Home Theater)가 TV 주변으로 여러 개의 스피커나 리시버를 둬 음향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개념이라면 사운드 바는 TV 아래 놓는 스피커 하나만으로도 이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공간 활용 측면에서 특히 효과적이고 무선 연결이 가능해 인테리어적으로 활용하기도 좋다.
애초 TV 관련 음향기기라면 홈시어터가 먼저 떠올랐지만 최근엔 사운드 바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분위기다. 과거 사운드 바는 프리미엄 음향 기기라기엔 성능이 그리 좋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엔 고가의 음향 기기 못지않은 성능으로 무장하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주거 공간이 협소해지는 점도 심플한 ‘사운드 바’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트렌드도 한몫했다. 집에서 영화나 콘서트 영상을 즐기는 언택트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형 TV 시장과 함께 음향에 대한 소비자 수요도 늘어난 것. 업계 관계자는 “언택트 시장의 성장으로 대형 스크린뿐만 아니라 풍부한 음향에 대한 소비자 수요도 함께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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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운드 바 시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국내 대표 가전 업체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도 최근 잇따라 신제품을 내놨다. TV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며 엎치락뒤치락 하는 두 업체가 TV 아래서도 소리 없는 ‘소리 전쟁’을 벌이는 것.
특히 삼성전자는 TV 시장뿐 아니라 사운드 바 시장에서도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다. 퓨처소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사운드 바 시장에서 금액 기준 23.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7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2위인 소니(13.1%)보다 10%나 앞선다.
삼성전자는 특히 ‘음향’ 성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선보인 2021년형 사운드바 ‘Q 시리즈’의 최고급 모델인 HW-Q950A는 업계 최초로 11.1.4 채널을 구현했다. 이 제품은 보다 풍부한 음향을 전달하기 위해 후방 서라운드 스피커 측면에 채널 2개를 추가했다.
물론 11.1.4 채널을 사운드 바 하나만으로 구현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11.1.4 채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AV 리시버와 추가로 5개 채널 지원을 위한 멀티채널 파워앰프, 16개의 스피커와 복잡한 케이블 등이 필요한데, 삼성의 사운드바는 본체, 서브 우퍼, 후방 스피커 2개 등 단 4개의 스피커로 이를 구현했다.
이 밖에도 사운드바 HW-Q700A 이상, TV Q70A 이상의 모델에선 ‘스페이스핏 사운드 플러스(SpaceFit Sound+)’ 기능이 적용됐다. 기존 ‘스페이스핏 사운드’는 TV 마이크가 실내 구조와 인테리어를 센싱해 사운드바로 정보를 전달하면 사운드바가 공간에 최적화된 음향효과를 구현하는 기능인데, 여기에 저음역 보정 기능인 ‘오토 EQ(Auto Equalizer)’ 기능까지 추가했다.
◇벽에 붙이고, 부피 확 줄이고…LG는 ‘공간’ 인테리어 집중
LG전자는 기존의 ‘바’ 디자인을 탈피하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벽에 부착시키는 형태의 19mm 두께의 초슬림 ‘갤러리 디자인 사운드 바’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는 짧고 곡선 형태의 디자인을 갖춘 사운드 바를 선보였다. 소비자들이 음향 성능뿐 아니라 주변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도 중시한다는 점을 적극 반영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새롭게 선보인 사운드 바의 이름은 ‘LG 에클레어’로, 가로 길이가 30cm를 넘지 않는 크기로 일반 가정용 각 티슈와 비슷하다. 외관에는 고급 패브릭 소재를 적용해 세련미를 더했다. 이 제품은 올 초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로부터 CES 2021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작지만 성능도 놓치지 않았다. 이 제품은 작은 크기에도 최대 320와트(W) 출력을 낸다. 본체를 포함해 중저음을 내는 서브우퍼와 천장 방향으로 소리를 내는 업파이어링(up-firing) 스피커 등으로 구성돼 3.1.2채널 입체 음향을 지원한다. 서브우퍼의 진동을 대폭 줄이는 저진동 구조가 처음 적용됐으며 영국 명품 오디오업체 메리디안오디오의 음향기술로 완성된 사운드와 돌비 애트모스, DTS:X 등 입체음향기술, 고품질 음원을 손실 없이 재생하는 ‘강화된 오디오 리턴 채널(eARC)’ 등도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집콕’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프리미엄 TV 판매와 함께 관련 기기인 사운드바 시장까지 동반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점차 대형 프리미엄 TV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에 걸맞은 음향기기를 갖추려는 수요도 늘면서 사운드 바 시장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