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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명실상부한 삼성그룹의 총수가 됐다.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를 열게 된 셈이다.
이 부회장은 1968년 이 회장의 1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기초등학교와 청운중학교, 경복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게이오대학 경영학 석사와 하버드대학교 비즈니스 스쿨(HBS)를 수료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에 처음 입사한 것은 1991년이다.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1996년 삼성전자 기획팀, 1997년 미래전략그룹에서 일했다. 2001년 경영기획팀 상무보, 2003년 상무, 2007년 전무로 승진했다. 2010년 1월엔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부사장(COO)에 선임됐고, 같은해 12월 사장으로 올라서며 초고속 승진을 했다. 2년 후인 2012년에는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둔 공로를 인정 받아 현재의 직급인 삼성전자 부회장이 됐다.
이 부회장은 부회장 승진 후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해외에 머무는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13년 중국의 다보스포럼 보아오포럼 이사를 맡아 활동했고 2014년 4월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의료·헬스케어 사업과 IT(정보기술)를 접목한 신사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행사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했으며, 이후에도 시 주석과의 친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부회장은 지난해 한일 관계가 경색된 이후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의 한국 수출규제에 들어갔을 때도 직접 일본 출장길에 올라 일본의 경제인을 만난 해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빛난 것은 올해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영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이었다. 이 부회장은 중국, 유럽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코로나19 국면에서도 현장경영을 강화했다.
지난 5월에는 중국 산시성 시안에 있는 낸드플래시 공장을 직접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반도체 시장 급변 등의 불확실성 속에서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반도체 생산기지를 직접 방문해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이달에는 14일간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과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반도체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ASML의 피터 버닝크 CEO와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SML이 매년 30대씩 독점 생산하는 EUV 노광 장비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이 장비를 확보해야 차세대 반도체 미세공정을 개발할 수 있고 D램 메모리 생산 과정에서도 활용될 수 있어 삼성전자 입장에선 노광장비 확보가 절실하다. 이 부회장은 ASML의 최고경영자를 만나 장비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 ‘e삼성’ 실패 등의 과오가 있긴 하지만 이후 그룹 사업 전반을 조율하고 특히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그룹 경영을 총괄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 받았다”며 “향후 회장 취임 후에는 기존 반도체와 휴대폰 이외에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