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9호선 지옥철' 탄 안전처 장관 "이러다 사고..증차해야"

최훈길 기자I 2015.04.02 11:01:24

박인용 장관 출근시간대 9호선 탑승, 안전점검 실시
무료버스에도 승객 혼잡 극심..안전사고 위험성 커
"국민 안전불감증 탓하지 말고 미리 대비해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다가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증차해야 합니다.”

2일 박인용(63) 국민안전처 장관은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지하철 9호선을 출근시간대에 타본 뒤 이 같이 말했다. 서울시가 무료버스를 배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출근 인파가 많아 대형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안전 진단은 이날 오전 7시 개화역에 마련된 9호선 관제센터에서 시작됐다. △스크린도어 개폐 문제 △탑승·운행 시 사고 위험성 △화재 위험성 등을 점검하는 취지로 실시된 안전처 장관의 첫 9호선 현장점검이다.

박 장관은 약 10분 간 서울시·서울메트로 교통 책임자들로부터 현황 보고를 받았다. 서울시·서울메트로는 지난달 30일 9호선 연장 개통되면서 승객 혼잡이 우려돼 무료버스·대책반을 편성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9호선 출발지인 개화역부터 김포공항역까지는 한산했다. 박 장관은 좌석에 앉아 안전신문고 앱을 홍보하는 등 시민들과 웃으면서 대화를 했다. 하지만 김포공항역부터는 박 장관의 웃음이 점점 사라졌다. 오전 7시30분 김포공항역 플랫폼은 이미 시민들로 붐볐다. 박 장관이 김포공항역에서 급행열차로 갈아타자 좌석은 승객들로 가득 찼다.

오전 7시37분 가양역에 도착하자 출근 인파가 쏟아졌다. 박 장관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시민들 사이에 끼었다. 김포에서 서울로 출근 중인 한 50대 시민은 박 장관에게 “출근시간대에 9호선 가양역부터는 숨도 못 쉰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통학 버스에 사람을 밀어넣던 학창 시절이 생각날 정도로 불편하다”고 말했다.

3분 뒤 염창역에 도착하자 인파는 더 몰렸다. 고개를 제대로 돌릴 수도 없을 정도였다. 박 장관은 시민들과의 대화를 포기했다. 차량안은 에어콘이 돌아가는 소리만 요란했다. 박 장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 장관은 “진작 현장에 나와서 봤어야 했는데 시민들한테 미안해서 말을 못 걸겠더라”고 토로했다.

종착지인 여의도역에 내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전 8시도 안 된 시간이었지만 열차 출입구까지 시민들이 넘쳐났다. 열차가 여의도역에 멈추자 박 장관은 출입구 쪽으로 인파를 헤치면서 하차했다.

‘지옥철’을 경험한 박 장관은 “사고가 일어날 요인이 곳곳에 있다”며 “증차를 하도록 서울시,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불감증을 탓하면 대책이 나올 수 없다. 안전처 직원들은 ‘국민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안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전처 장·차관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김포시 향산 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장(2일) △춘천역 대강당(3일) △장충체육관(7일) △인천항 연안여객선터미널(8일) 등 현장 점검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2일 아침 출근시간대에 개화역에서 여의도역까지 9호선을 타고 시민들과 만나 현장 안전점검을 했다(사진=최훈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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