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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리 취한다고?” 뿔난 대형유통업체들

이학선 기자I 2012.08.20 16:30:28

“부당하게 올린 것처럼 보여 난감”
“매년 늘어나는 점포수 등 고려해야”

[이데일리 이학선 장영은 기자] 대구의 중심상권인 계산동 반월당 네거리에 자리잡은 현대백화점 대구점. 지난해 8월 지하 6층, 지상 10층 규모로 오픈한 이 백화점에는 에르메스, 티파니, 토즈, 끌로에 등 압구정 본점 수준의 명품 브랜드 60여개가 입점해있다. 각 브랜드는 자비로 진열대와 스폿조명, 간판 등을 설치한다. 자신의 특색을 내세워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목적에서다.

그런데도 이 백화점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인테리어비를 가장 많이 올린 백화점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신규점포에 들어오는 브랜드들이 스스로 인테리어를 한 것인데 마치 우리가 부당하게 올린 것처럼 보여 난감하다”고 했다.

20일 공정위가 발표한 대형유통업체 판매수수료율 현황을 보면 국내 백화점 3사의 판매수수료율은 2010년 29.7%에서 2011년 29.6%로 떨어진데 이어 올해는 29.2%로 더 하락했다. 판매수수료율은 입점업체가 백화점에 지급한 수수료를 뜻한다. 이 비율이 작을수록 입점업체의 부담이 줄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공정위는 백화점들이 판촉비와 인테리어비를 올리는 식으로 입점업체에 각종 비용을 전가하는지 살피겠다며 사실상의 경고를 했다. 판매수수료율을 낮추라는 공정위 요구에 백화점들이 입점업체에 물리는 다른 비용을 올리는 식으로 편법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백화점 입점업체들이 부담한 판촉비는 지난 2009년 업체당 120만원에서 지난해 140만원으로 16.7% 증가했고, 인테리어비는 4430만원에서 4770만원으로 7.7% 늘었다.

백화점업계는 불만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신규점포 오픈시 인테리어 비용이 증가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를 감안하지 않고 각 브랜드가 부담한 총액만 단순합산해 발표하면 백화점들이 어떻게 매년 신규출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대형마트들도 비슷한 심정을 나타냈다. 점포수가 늘어남에 따라 판촉사원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데도 공정위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난 2009년부터 대형마트 점포수는 매년 20개 정도씩 늘었다”며 “이에 따라 판촉사원이나 판촉비, 물류비 등이 증가하는 건 당연한데도 공정위가 이러한 점은 빼고 발표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홈쇼핑업계의 분위기는 더욱 침울하다. 판매수수료율만 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판매장려금률)에 비해 훨씬 높아 자칫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5개사가 매년 유선방송사업자에 내는 송출수수료가 8000억~9000억원에 달하고 정부에 방송발전기금으로 내는 돈만 500억원에 달한다”며 “이를 감안하지 않고 타 업계에 비해 수수료율이 높다는 식으로 발표하면 홈쇼핑업계의 이미지가 뭐가 되냐”고 따졌다.

공정위가 발표한 홈쇼핑 판매수수료율은 34%로 백화점과 대형마트와 비교할 때 가장 높다. 그러나 송출수수료를 제외하면 이 비율이 24%로 떨어져 실질적으로 홈쇼핑업계가 가져가는 판매수수료율은 백화점보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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