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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떠난 우리금융 `좌판 접을까 싸게라도 팔까`

이진우 기자I 2010.12.14 15:09:40

민영화 무산 선언 vs 프리미엄 포기 후 분산매각 `저울질`
KB금융 등 제3의 대안론 부각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053000) 지분(56.97%)을 매입할 유력한 후보자였던 우리금융 컨소시엄 두 곳이 13일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눈길은 자연스럽게 금융당국으로 쏠리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우리금융 지분을 사 갈 후보자는 없어보여 매각 방식을 바꿔서 싸게라도 팔 것인지, 아니면 일단 좌판을 접고 후일을 도모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는 눈길이다.

금융당국도 뚜렷한 대안은 없어보인다. 일단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꼽아봐도 뾰족한 묘안이 없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 일단 후퇴 후일 도모..가장 유력한 선택

금융당국과 공자위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두가지다. 첫째는 시장의 분위기가 바뀔 때까지 우리금융 민영화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 둘째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을 포기하고서라도 사겠다는 투자자가 있으면 일단 조금씩이라도 파는 것이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등을 별도 매각하는 것도 이 범주에서 고민할 사안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일단 입찰 무산을 선언하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뒤로 미루는 안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은행권 인사는 "지난 10년간 민영화가 지연되어 왔는데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분을 분산매각해야 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금융당국도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은 갖고 있는 만큼 굳이 무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대안 중에 하나"라고 언급하면서 "다만 시장의 수요가 늘 변하기 때문에 그 시기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민영화를 나중으로 미루기로 한다면 진행중인 매각 일정을 취소하고 매각 시점을 다시 결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 싸게라도 팔아야? 그럴만한 돌파력 있을까

경영권 프리미엄 보다는 매각 자체에 의미를 두고 정부 보유지분을 시장에 매각하는 방법도 선택할 수 있는 안 중에 하나다. 민영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지나 여론이 강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다. 물론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지 못한 졸속매각이라는 비난과 특정 인수자에 대한 특혜 논란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선택을 한다면 경남·광주은행은 분리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은행들은 인수를 원하는 수요자가 있는 상황이어서 지방은행들을 우리금융 산하에 둔 상태에서 우리금융 지분을 파는 것보다 따로 떼어내어 파는 것이 지방은행들에 대한 프리미엄이라도 더 챙기는 선택이다. 이럴 경우 우리투자증권의 분리매각도 가능한 옵션으로 떠오를 수 있다.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나머지 9곳의 투자자들 가운데 인수 후보를 찾아보는 것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유력하다.

우리금융 매각 작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나머지 투자자들은 대부분 사모펀드들인데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은행 지분을 넘기는 것은 국민적인 반대 여론이 있고 국내 펀드들은 돈이 별로 없다"면서 기존 인수후보자들 중에는 대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 구경만 하던 KB금융, 멍석 깔아주면 올라올까

외국계 펀드들 가운데는 투자한 회사들 중에 제조업체가 있을 경우 산업자본으로 분류되어 4% 이상의 금융지주사 지분 인수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상당수가 일단 LOI만 제출해놓고 상황을 보자는 생각으로 참가한 경우가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KB금융지주 대안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일단 매각 무산을 선언하고 원점으로 돌린 후에 적당한 시점에 다시 입찰을 진행해 KB금융지주를 인수 후보로 끌어들이는 게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어윤대 KB금융(105560)지주 회장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당분간`이라는 조건을 단 만큼 조직 추스리기가 어느 정도 끝나면 우리금융 인수를 다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이런 가설을 제기하는 근거다. 특히 KB금융은 은행부문에 편중된 비중을 분산하기 위해 증권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는 은행과는 또 다른 일종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것이어서 투자에 제한도 있고 덩치도 크고 다양한 계열사도 있어서 매각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면서 "제3의 대안 등은 아직 금융당국이 언급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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