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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원, 디커플링 준비..적정 수준은?

최현석 기자I 2003.09.23 14:45:18
[edaily 최현석기자] 원화와 엔화간 디커플링(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6일 100엔당 990원대였던 엔/원 환율은 22일 G7 회담 여파로 달러/엔이 111엔대로 폭락한 영향으로 1040원대로 고시되며 4월초 이후 반년만에 최고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23일 외환시장에서 엔/원은 1020원대 후반에서 주로 움직이며 1030원대 상승을 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엔/원 환율이 조금 더 오를 수 있으나, 북핵 위기와 이라크전 등 돌발 악재가 겹쳤던 올 3~4월 수준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일간 경제와 통화가 완전한 디커플링을 보일 수는 없다는 것. ◇엔-원 디커플링 현실화 기미..경제보다 당국 우려감 반영 엔/원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외환시장내 경제에 대한 우려감보다는 당국 개입 경계감이 직접 반영된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외환시장은 경제성장률 악화 가능성 등 거시적 측면보다는 단기적인 외국인 주식매매에 더 큰 영향을 받아왔다. 외국인이 한-일 증시에서 모두 주식매수세를 보이자 달러/원이 달러/엔과 동반 하락세를 그린 것. 그러나 최근 당국이 한-일간 경제차에 대한 인식을 시장에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달러/엔에 동조한 환율 하락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원화 매수 강도가 엔에 비해 약화되고 있는 것. 전날 달러/엔 환율이 111엔대로 급락하자 재정경제부는 개장전부터 최중경 국제금융국장 명의로 구두개입에 나섰고 이어 한국은행도 구두개입과 함께 매수개입을 단행했다. 두바이에서 권태신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과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환율 하락을 우려하는 메시지를 보내오며 환율 1150원대 방어에 필사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승 총재는 23일 역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고,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한술 더 떠 `환투기 세력 응징`이라는 강력한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최근 매일같이 구두개입을 내놓던 일본 당국과 달리 가급적 발언을 자제하던 우리 당국 관료들이 이처럼 잇따라 우려감을 표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 대한 정부의 걱정이 심각한 것을 반영하는 것. 증시 외국인이 이번주들어 이틀간 주식순매도에 나선 점 역시 환율 하락을 제한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으나, `Buy Korea`에서 `Bye Korea`로 전환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엔/원 환율-거래소 외국인 주식매매 동향 ◇엔보다 약한 원화 유지..차별성엔 한계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경제 악화 가능성과 당국 의지 등을 감안해 엔/원 환율이 당분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경제가 침체 나락으로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엔/원 환율 추가 상승도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주식매도세가 폭증하지 않는 한 북핵 우려감과 이라크전 지연 가능성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겹쳐 1060원대까지 뛰어올랐던 지난 4월과 같은 급등은 없을 것이라는 것. 달러/엔이 110엔선에 근접할 경우 달러/원 환율 1150원대 유지가 불투명해 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신한은행 자금시장부 이현우 대리는 "국내 경기주기의 저점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4분기까지는 원화가 엔화와 같은 속도로 절상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연말까지 100엔당 1010~1045원 수준에서 움직인 뒤 내년 중반을 전후해 980~1000원 범위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박사는 "외환위기 이후 원화와 엔화는 한-일 양 국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변화를 보였을 뿐, 동조화 현상은 유지해왔다"며 "내년까지 우리경제가 상대적으로 부정적으로 전망되고 있어 엔/원 환율이 1000원대 위를 유지할 수 있으나, 북핵위기때와 같은 급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박사는 "미국이 강한 달러를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위안화 절상 압력도 지속될 수 있어 엔화나 원화 모두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원 환율이 적정수준을 유지할 경우 환율 하락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이날 "3월이후 원화가 달러에 대해 7.6% 절상됐으나, 엔/원이 1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실질실효환율(REER)은 4% 절상에 그치고 있다"며 "연말까지 달러/원 환율이 1120원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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