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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에 따르면 2020년 3~12월 사이 주담대 상환이 어려워져 금융기관으로부터 구제받은 사람은 5만명이 넘는다. 이는 10년 전 동일본대지진 피해 이후 구제건수의 5배 수준이다. 당시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해 피해를 입은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현 은행에서는 재해 3년 뒤 1만건 가량의 주택융자 구제를 실시한 바 있다.
한쪽에서는 대출을 못 갚는 사람이 느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신규대출을 더 받는 모양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2020년 가계 주택융자 규모는 약 220조엔(약 2251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조2000억엔 늘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부동산 가격도 버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수도권 신축 맨션 평균 가격은 6084만엔(약 6억2262만원)으로 버블기인 1990년(6123만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일본 집값이 올랐다고는 해도 30년전 수준까지는 오르지 않은 모양새다.
부동산 장기침체를 겪어온 일본으로서는 현재 활기를 띠는 부동산 시장이 주담대를 못 갚는 이들의 마지막 보루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나가시마 오사무 사쿠라부동산 대표는 “중고 주택이라도 입지가 좋고 팔겠다는 결단만 내리면, 융자를 갚고 생활을 재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대출을 갚기 어렵다면 주택을 팔아 시세 차익을 실현하는 방법도 가능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변수는 앞으로도 일본 부동산 가격이 우상향할 것이냐다. 도쿄의 부동산 중개사무소 콘도어셋매니지먼트에 따르면 부동산 평균가격은 오르는 반면 일부 교외의 주택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 중이다.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질 경우 가격이 폭락하는 지역이 늘 것이란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주담대를 갚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일본 전국은행협회 등은 상환 유예뿐 아니라 대출금 자체를 줄여주는 제도를 작년 1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과거 재해를 당한 이재민의 채무부담을 줄이는 구조를 코로나19 사태에도 적용한 것이다. 이들에 대한 감면 제도를 추진하지 않으면 일본 경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