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딸 던져 뇌사 빠뜨린 엄마 “독박 육아로 우울증”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생후 7개월 된 딸을 폭행하고 바닥에 내던져 뇌사 상태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외국인 엄마의 주된 범행 동기가 ‘육아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9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외국인 엄마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고, 육아를 도와줄 부모님이 오지 못하자 우울감이 더 커졌다”고 진술했다.

임신 상태로 2019년 11월께 한국에 입국한 A씨는 지난해 8월 출산한 뒤 대부분 혼자서 딸을 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모가 한국에 와 육아를 도와주기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출국이 제한되면서 무산됐다.

또한 부부관계는 원만했지만, A씨 남편은 야근이 잦은 회사에 다녀 육아를 적극적으로 돕지 못했다. 한국말도 서툴렀던 A씨는 남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7개월 넘게 이어진 독박 육아 스트레스가 딸에 대한 끔찍한 폭행으로 번졌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송희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독박 육아에 더해 도와주기로 했던 부모가 입국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우울감이 커지면서 아이를 학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생후 7개월인 딸을 주먹으로 9차례 가격하고 12차례에 걸쳐 바닥에 던져 뇌사 상태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무릎을 꿇고 어깨높이 위로 아이를 들고 약 1㎝ 두께의 얇은 매트리스 위에 떨어뜨리거나 힘을 강하게 주며 내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폭행 이후 아이가 이상 증세를 보이자 휴대전화로 ‘던졌을 때 증상’ 등을 검색하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 12일 오후 8시께 남편과 함께 “아이 상태가 이상하다”며 딸을 병원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고, 이 과정에서 학대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좌뇌 전체와 우뇌, 전두엽 등 광범위한 뇌 손상을 입은 A씨의 딸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상태로 연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딸을 던진 횟수와 강도 등으로 미뤄 범행의 고의성이 크다고 보고 구속된 A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30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