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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비롯한 국내 콘텐츠시장 유통독점을 해결하기 위한 법률안이 추진된다. 유통자본에 휘둘리는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유통사에 비해 '을' 입장에 놓인 개발사의 권리를 되찾아주자는 것이 핵심이다.
12월 16일, 국회 의원회관 제 3세미나실에서 '문화콘텐츠산업 유통 불공정행위'를 주제로 공청회가 열렸다. 배재정 의원과 문화연대가 공동 주최한 이번 공청회의 핵심은 '유통독점'이다. 게임으로 말하면 구글, 애플, 카카오처럼 시장 안에서 절대위치를 차지한 플랫폼 사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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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를 주최한 배재정 의원은 '문화시장 정상화'를 위한 법률안을 만들 의지가 있음을 밝혔다. "문화예술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 해소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 오늘 자리가 불공정하고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는 대안을 찾아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며 "2014년에는 어렵지만 2015년에는 실제 입법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개발사에 돌아가는 수익은 20%, 모바일게임 다단계 유통구조
△ 법무법인 나눔 장서희 변호사
법무법인 나눔 장서희 변호사는 모바일게임에서 유통독점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짚었다. 장 변호사가 짚은 부분은 수익구조다. 구글, 애플 등 오픈마켓 사업자는 물론 카카오가 각각 수익을 떼어가며 정작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줄어든다. 여기에 순위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인기 게임과 크로스 프로모션을 진행하려면 퍼블리셔도 끼고 들어가야 한다.
장 변호사는 "매출의 30%가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남은 70% 중 30%는 카카오에 지급된다. 여기에 일반적인 수수료 비율인 6:4(퍼블리셔:개발사)로 잡으면 개발사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전체 매출의 19.6%다. 카카오 중심 유통시장은 대형 퍼블리셔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자본 없는 개발사는 경쟁에서 불리하다"라고 지적했다.
장서희 변호사는 이용자에게도 그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을 짚었다. 마케팅 경쟁이 심해지며 개발사들이 '좋은 게임'이 아니라 '팔릴만한 게임' 만들기에 집중하며 비슷한 이름, 비슷한 게임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 품질 좋고 다양한 게임을 선택할 권리가 줄어든다.
문화사회연구소 강신규 연구원 "넥슨 독점, 온라인 시장 대작 위주로 재편"
△ 문화사회연구소 강신규 연구원
문화사회연구소 강신규 연구원은 온라인게임 독점 문제를 짚었다. 대상은 넥슨이다.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넥슨은 인수합병을 통해 인기게임을 끌어 모았다. 2012년에는 엔씨소프트의 1대 주주로 올라서기까지 했다. 강신규 연구원은 "넥슨의 이런 행동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산업에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이 짚고자 하는 문제는 단순히 '인수합병'에 끝나지 않는다. 넥슨이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작'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하며 업계를 '대작 위주'로 재편했다는 의견이다. 그는 "넥슨이 대작 위주로 시장을 만들자 다른 업체 역시 '큰 돈을 들여 큰 돈을 버는 게임'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 시장 내 다양성은 줄고, 경쟁력은 도리어 떨어졌다. 이 외에도 JCE(현 조이시티)의 '프리스타일'과 같이 비 인기작을 내치거나, PC방 점유율을 앞세워 업주들에게 불공정한 조건을 제시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강 연구원은 넥슨이 인수합병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게임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 평가했다. 그는 "2014년 기준 넥슨은 전세계 게임업체 중 매출로 세계 10위다. 아직 작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방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동연 교수 "문화콘텐츠 유통독점, 새로운 법 만들어서라도 해결해야"
△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유통독점은 게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음반, 출판, 방송 역시 대형 유통사의 입김이 거세다. 음반/음원이나 출판은 사재기까지 동원한 '가짜 베스트셀러' 만들기에 몸살 중이다. 영화 역시 주요 배급사의 작품이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으며, 방송은 아이돌의 무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대형 유통사가 시장을 지배한 이 상황이 문화산업을 좀먹고 있음을 강조했다. 개발자가 유통사에 종속되는 것은 물론,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인 작품이 쏟아지며 다양성이 훼손된다. 여기에 자본력 없는 독립개발자의 작품은 마케팅에 밀려 시장에 발을 못 붙인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길 권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각 분야에서 벌어지는 유통독점을 모아서 한 번에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시장 정상화'를 위한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국내 시장이 기형적이라는 것이 이동연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시장 정상화 및 균형화를 위한 유통 불공정행위를 근절할 법률이 필요하다. 여기에 각 영역별로 얼마나 다양성이 실현되고 있는지 유통 불공정행위가 얼마나 벌어지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창작자 및 문화콘텐츠 관계자가 모여 '착한 배급사'를 만드는 것을 함께 대안으로 제시했다.
본 기사는 게임전문매체 게임메카(www.gamemeca.com)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