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철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11일 “경영개선만 이뤄진다면 회생 가능성이 높은 자율협약 단계에서 예외 없이 경영권 박탈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기업들에 차라리 부실을 키웠다가 법정관리로 가는 것을 선호하게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이날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이 서울 여의도에서 연 ‘기업구조조정의 현안과 대응과제’라는 주제의 토론회 자리에서 “채권단은 자금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해소시키고 성장동력을 공급하는 것이 의무이자 책임”이라며 “자율협약은 박제화되어 박물관에 가야 할 운명”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기업 간 경영권 보장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STX, STX 조선해양, STX중공업 등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 구성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이 경영권을 교체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현재 자율협약이 진행 중인 동부그룹도 채권단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동부제철에 대한 경영권 박탈을 추진하고 있어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토론회 발표자로 나선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동부그룹의 대주주는 100대1의 감자를 당하면서도 개인 재산을 포함한 물적·인적 담보를 제공하는 등 사실상 최대 손실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경영의 계속성 유지나 우선매수권, 증자참여 등 경영정상화에 대한 참여기회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등 지나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내부자거래 등과 같이 부실에 대하여 악의적인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경영자에게까지 그 책임을 물어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권한남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율협약이 경영정상화보다는 채권회수를 우선시하는 경우 국책은행으로서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로 나선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 채권단이 단기간에 채권을 회수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게 되면 기업의 회생보다는 청산을 선택하게 된다”며 “이는 기업 부실화를 가속화시키게 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채권단에게 전적인 처분 권리를 주어서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채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면 사회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기존 경영자는 기업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것이 채무 변제 이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에 최대한 기업의 가치를 증진시키려고 노력하므로, 기존 경영자에게 일차적인 기업회생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고려가 배재되고 시장규율이 작동할 수 있는 투자은행의 육성과 경쟁시스템을 구축하여 기업구조조정 시장이 형성되어야 기존 경영자도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구조조정이 추진될 수 있다”며 “자율협약으로 인해 기업가치의 손실이 지나쳐서 경영권 박탈에 이르게 하는 점은 교정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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