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그린벨트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도시의 팽창이 도시의 허파를 갉아먹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획기적인 주택공급을 언급하자, 그린벨트 추가 해제여부가 관심사로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가 로드맵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해제는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크다는 게 부동산부 윤진섭기자의 지적입니다.
그린벨트 해제는 동전의 양면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 개발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있고 찬반양론도 뜨겁다.
그린벨트 해제 찬성의 논리는 명쾌하다.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공급을 늘리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 경기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접경지에 대규모 주거단지를 만들 경우 교통문제와 인구과밀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반대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린벨트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뜨거운 상황에서 정부는 수도권 그린벨트를 더 풀 태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 64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집 없는 서민들이 집을 가질 수 있는 획기적인 주택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획기적인 주택정책과 관련해, 청와대를 중심으로 서울 근교의 그린벨트 추가 해제와 함께 서민용 보금자리 주택공급 확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는 보존가치가 없는 일부 그린벨트를 해제해 서민 주거단지를 만들면 일석이조라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정부 주장에 일리가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창고·비닐하우스 등으로 이미 마구잡이 개발이 진행된 그린벨트를 굳이 보존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과 상당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벨트 해제 작업이 국민적 합의 없이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는 지난 2001년 사회적 합의를 통해 2020년까지 보존가치가 낮은 지역을 해제키로 그린벨트 해제 로드맵을 발표했었다.
10년 정도 지켜져 온 해제 로드맵은 해제 대상 총량이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2009년 2월27일 제9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 해제 면적이 3배 가까이 크게 늘어나면서 무력화됐다.
저렴한 서민주택단지 개발이라는 명분도 지자체의 반발에 부딪혀 있다. 서울 중심의 발상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서민을 위해 경기도 땅을 내줄 수 없다는 논리다. 이들의 심중에는 임대주택단지가 들어서면 이미지가 나빠지고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기도는 보금자리주택 건설과 관련해 기초자치단체와의 협의기간(20일)을 늘리고 보금자리주택 비율(60%)에 대한 하향 조정, 임대주택 비율 축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린벨트 해제 때마다 이슈로 부상하는 도시연담화 문제 역시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폭발성이 큰 이슈다. 도시 연담화(連擔化)란 도시 확장에 따라 도시 간 경계가 사라지고 도시끼리 맞붙는 현상을 의미한다. 도시가 마구잡이로 확장될 경우 교통 상하수도 교육 등 생활인프라 부족 문제가 뒤따른다.
이런 이유로 과거 참여정부가 위례신도시(옛 송파신도시)를 개발할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도시 연담화 문제를 이유로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린벨트는 수도권 규제와 지방 균형개발과 함께 우리의 국토정책에서 가장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적절한 절차에 의거해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군사작전 하듯이 그린벨트 해제를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40년 동안 지켜온 그린벨트는 당대의 재산만이 아니라 후손들의 재산이기도하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도 해제 문제는 신중히 다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