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분석)저금리의 숙명..부동산투기(?)

정명수 기자I 2002.08.30 17:35:27
[edaily 정명수기자] 상대의 처지가 어떤 지 뻔히 알고 있는데도 허세를 부릴 때 공격자는 상대를 약간 측은하게 보게 된다. 그러나 상대 편이 악다구니를 쓰면 은근히 두렵기도 하다. 이번주(26~30일) 채권시장이 꼭 그랬다. 정책 당국자들은 입만 열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 한은 총재도 "정부가 안되면 한은이 나선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카드로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있을까. ◇저금리의 숙명은 부동산 투기(?) 채권수익률은 주초반 가파르게 조정을 받았다. 16일 이후 계속된 상승이 꺾일줄 몰랐다. 국고3년은 5.6%를 바라보게 됐다. 현선물, 스왑시장에서 일드커브 스티프닝이 대세를 이뤘다. 시장 밖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경제 전반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총리 지명자의 낙마 이유에도 `부동산 투기`가 들어있었다. 정책 당국자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 박승 총재와 전윤철 부총리가 차례로 나서서, 부동산 시장에 엄포를 놨다. 공교롭게도 당국자들의 이런 코멘트는 채권수익률을 하락 반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저금리 체제가 만들어 놓은 숙명이 부동산 투기라면 `현재 경기 상황에서는` 그 체제를 단기간에, 송두리째 뜯어 고칠 수 없다는 것. ◇"콜금리를 올리면 투기가 사라지나요" "콜금리를 전격적으로 25bp 올린다고 합시다. 그럼 부동산 투기가 가라앉는 것입니까."(은행권의 한 펀드매니저) "금리가 낮은 수준인데, 연말 선거도 있고. 지금 당국자들의 관심은 어떻게든 부동산을 잡는 것일텐데. 금리는 안중에도 없지 않을까요."(증권사의 한 중개인) 당국의 고민도 비슷하다. 한국은행은 콜금리를 올리고 싶어 안달(?)이지만 대외여건때문에 시기를 못잡고 있다. 부동산만 보더라도 당장 올리고 싶지만 금리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 정부가 국세청을 동원하든, 부동산 보유세를 신설하든 대책이 작동하는 것을 일단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집값이 물가를 강하게 압박한다면 한은도 칼을 빼들어야할 것이다. ◇너무나 좋은 수급..그러나 9월 채권시장은 여름 랠리를 정리하기에 좋은 수급 조건을 가지고 있다. 국채는 차환 발행 수준에 그치고 예보채 역시 물량 부담은 3600억원에 불과하다. 회사채 발행이 조금씩 되고 있지만 없어서 못산다. 오히려 회사채를 기다리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렇게 저렇게 엄포를 놓고 있는 당국이 부동산 시장을 잡지 못했을 때다. 역설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수록 콜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지는 것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