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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마리우폴서 '어린이' 적힌 민간인 대피소에 폭격

방성훈 기자I 2022.03.17 11:40:05

러시아어로 ''어린이들'' 적혀 있음에도 공습
건물 입구 막혀 사상자 등 확인 못하고 있어
마리우폴 시의회 "알고도 고의로 폭탄 떨어뜨려" 규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군이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시 마리우폴의 민간인 대피소에 공격을 가했다. 하늘에서 보면 ‘어린이들’이라고 적혀 있는데도 폭격이 이뤄졌다.

상업 위성업체 막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촬영한 마리우폴 드라마 극장(Mariupol‘s Drama Theatre)의 위성사진. 극장 앞뒤로 러시아어로 ‘어린이들’(ДЕТИ)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AFP)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 등은 이날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에서 민간인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던 드라마 극장(Mariupol‘s Drama Theatre)에 공습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공격을 받은 극장은 마리우폴 도심에 위치해 있는 문화 유적지라고 WP는 설명했다.

이번 공격으로 극장 건물은 전체적으로 심하게 파손돼 무너졌다. 극장 지하에 대피해 있던 마리우폴 시민 수백명은 순식간에 거처를 잃게 됐다. 사상자와 관련된 소식은 아직까지 전해진 것이 없다. 이와 관련,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건물 입구가 잔해로 막혀 있어 수백명 주민들의 생사를 알 길이 없다”고 밝혔다.

극장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군이 민간인 대피소임을 알고 감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상업 위성업체 막사가 제공한 위성사진을 보면 극장 마당 앞뒤로 러시아어로 ‘어린이들’(ДЕТИ)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러시아군이 민간인 지역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마리우폴 시의회가 적어 놓은 것이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의 비행기가 수백명의 평화로운 마리우폴 주민들이 숨어 있는 상징적인 건물에 고의적으로 폭탄을 떨어뜨렸다. 극장 중앙부와 입구가 파괴됐다. 아직도 이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행위의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번 공격에 대해 “또 다른 끔찍한 전쟁 범죄”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군 항공기는 마리우폴에서 지상 목표물에 대한 공격과 관련해 어떠한 작업도 수행하지 않았다”며 공격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극우 민족주의 집단이자 준군사조직인 아조우(아조프) 대대가 극장 건물을 폭파해 새로운 유혈 도발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구 43만명의 도시 마리우폴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돈바스)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연결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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