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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할아버지가 농심 라면에 빠져들게 된 건 1972년부터다. 당시 그는 장 협착증을 앓았다. 좁아진 장 통로에 소화·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수술까지 받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세 아이를 부양하는 가장이었던 박 할아버지는 약해지는 기력에 고민이 컸다. 그러다 우연히 라면을 먹었다. 오랜만에 포만감을 느낀 그는 그때부터 라면만 먹기 시작했다. ‘살았다’는 삶의 희망도 보게 됐다.
박 할아버지는 여러 라면을 먹어봤다. 이중 하나가 농심 ‘소고기라면’이었다. 그에 따르면 소고기라면만큼 맛있고 속이 편한 라면이 없었다. 소고기라면만 먹던 박 할아버지의 식단은 ‘해피라면’, 안성탕면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초반 해피라면이 단종된 점을 고려하면 박 할아버지는 30년 가까이 안성탕면만 먹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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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은 1994년 당시 이장이었던 정화만 씨의 제보로 박 할아버지 사연을 알게 됐다. 20년 넘게 라면만 먹는 박 할아버지는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이후 농심은 박 할아버지에게 안성탕면을 무상 제공했다. 농심이 제공한 안성탕면 양만 총 900여 박스에 달한다.
지금도 화천지역 담당 농심 영업사원은 3개월에 한 번 박 할아버지 집을 방문해 안성탕면 9박스를 놓고 온다. 농심 춘천지점 강한솔 대리는 “다른 영업사원은 하지 않는 특별한 일을 해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올해 91세가 된 박 할아버지는 여전히 하루 세끼 안성탕면만 고집하고 있다. 노환으로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몸에 큰 이상은 없다. 라면도 직접 본인이 끓이고, 일주일에 한두 번 텃밭 관리도 한다. 다만 예전처럼 하루 두 봉씩 먹진 못한다. 라면을 잘게 부수고 조리법대로 뜨겁게 조리해 숟가락으로 천천히 떠먹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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