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 벤틀리도 20% 할인‥수렁으로 변한 中자동차시장

장순원 기자I 2015.08.31 11:32:49

경기침체 반부패운동 영향 받으며 매출 급감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럭셔리자동차 회사에게 기회의 땅이었던 중국이 수렁으로 변하고 있다. 반(反) 부패운동, 경기둔화에 발목이 잡혔다. 최근에는 주식시장마저 고꾸라지면서 냉랭한 기운만 감돌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7월 승용차 판매는 126만8600대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6% 줄어들며 두 달째 뒷걸음질쳤다. 특히 고가나 초고가 자동차시장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조사기관 번스타인리서치를 인용해 올 상반기 중국 내 고급차량 등록 대수가 10%가량 감소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지난 상반기 벤틀리는 전세계에서 4600대를 팔았다. 작년보다 12%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영국 럭셔리 자동차의 대명사 롤스로이스도 10%나 판매량이 줄었다. 중국 시장의 부진 영향이 크다.

중국은 그동안 럭셔리 자동차업계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노릇을 했다. 2010년과 2014년 사이 아우디나 BMW, 포르셰 같은 고가 차량의 판매는 연평균 50%씩 늘었다. 랜드로버는 거의 중국 판매량이 갑절로 뛰었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뀐 것. 업계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계속된 시진핑 정부의 반(反) 부패 개혁과 경기 침체, 한층 엄격해진 대도시 자동차 등록절차, 중국 브랜드 선호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이 흔들리면서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었다.

물론 모든 고가차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포르셰는 상반기에 작년보다 48%나 더 팔았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니다.

포르셰는 중국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자 판매량을 늘리려 딜러에게 가격할인을 허용했다. 포르셰 대표하는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인 ‘파나메라’ 같은 경우 최대 20%까지 값을 깎아줄 정도다. 벤틀리나 롤스로이스를 포함한 경쟁사도 비슷한 규모의 할인 경쟁에 돌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중국 자동차시장이 초경쟁단계(hyper-competitive)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고가 차량의 판매 부진은 수익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수익의 60%를 중국에서 올리는 랜드로버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모회사인 타타모터스는 수익이 절반으로 줄었다. 벤틀리도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9500만유로에서 5400만유로에서 반토막났다. 상반기동안 줄어든 매출은 벤틀리를 자회사로 둔 폭스바겐이나 롤스로이스 모회사 BMW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중국에서 운전을 하는 인구는 10명 가운데 1명도 안된다. 중산층도 점차 두터워지고 있다. 차를 살 인구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며칠 전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를 내리는 식으로 시장에 돈을 공급했기 때문에 자동차 판매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볼프강 뒤르하이머 벤틀리 최고경영자 “현재 경기침체 상황은 심각하게 보고는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은 수익성 높은 시장으로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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