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재판에 등장한 최창원 부회장..검찰측 증거로 제시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형제의 회삿돈 횡령 혐의 재판에 최창원 SK케미칼(006120) 부회장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최창원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으로, SK케미칼 소그룹(SK케미칼, SK가스, SK건설)을 지배하고 있다. 이 사건의 공판장에 최신원 SKC회장 비서실 관계자가 참관한 적은 있지만, 최창원 부회장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창원 부회장이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이자 피고인인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접견한 내용이 검찰 측 증거로 제시된 것이다.

서울지방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14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올해 4월 1일 김준홍 전 대표와 최창원 부회장 간 접견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김준홍 씨가 “모든 게 갑갑한 상황이지만 빌자니 자존심이 상한다”고 하자, 최창원 부회장은 “불안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3년 징역 산다고 생각해. 그게 현명하다”라고 조연하면서 “네 것이 아닌데 어떻게 컨트롤하겠니?”라고 되묻는다.

또 김준홍 씨가 “나를 지키자니 우스꽝스럽고 안 지키자니 그렇다”고 하자, 최창원 부회장은 “자기들이 알아서 조정하겠지”라고 말하고, 김준홍 씨는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게 된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접견록은 (SK 계열사 펀드 구성과정에서 발생한 선지급과 횡령 사건은) 김준홍 씨가 결정할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밖에도 최 회장 친척 동생인 최철원 전 M&M 대표와 최태원 회장의 접견 녹취록(2013년 2월 15일),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접견록(2013년 2월 14일, 3월 7일),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김준홍 씨 접견록(2013년 3월 14일) 등을 공개하며, 항소심 준비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소위 재판전략을 과도하게 논의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피고인들 간에 어느 정도 교류했다고 해서 재판을 조작하려 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최태원 회장 변호인은 “녹취록 대부분이 선문답 형식으로 쓰였고, 중간에 보면 ‘진실을 중심으로 하야 한다’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말도 있다”면서 “전체를 조작이나 전략으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준홍 씨 변호인은 “최창원은 최태원 피고인과 사촌관계이지만, 김준홍 씨와는 초중고 2년 선후배 사이”라고 접견 배경을 설명했다.

문용선 재판장은 “그런 막역한 친구여서 그럴 수는 있지만 얼핏 보면 김준홍 씨 편이 아니라 너는 그냥 거기서 지내다 오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