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조던의 은퇴 이후 농구의 인기가 점차 하락하자 NBA는 차세대 스타 앤퍼니 하더웨이, 코비 브라이언트 등에게 조던의 역할을 기대했고 심지어 르브론 제임스에게는 데뷔 전부터 'KING' 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주며 띄우기에 열을 올려왔다.
하지만 옛 영광에는 못 미쳤었던 건 사실. 그런데 이번 2010-11 시즌은 뭔가 심상치 않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다양한 볼거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이번 시즌 국내 농구도 흥행 카드를 얻었었다. 지도자로 변신한 허재와 강동희의 빅 매치가 그것이다.
그 옛날 농구대잔치의 인기를 이끌던 선수들이 하나 둘 은퇴하면서 국내 농구 역시 위축되었고 이후 몇몇 왕년의 스타들은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치면서 팬들을 만났었다.
다행히 해설가나 지도자의 역할을 맡아 농구 인생을 이어가기도 했는데, 성공적으로 프로농구팀 감독직까지 오른 허재와 강동희가 결국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서게 되었고 과연 이들의 농구 아이큐가 지도력에서는 어떻게 발휘될 지 많은 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모아졌다.
이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스타플레이어의 등장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그래도 이 스타 감독들이 현역 시절 보여주었던 활약상까지 화제가 되며 농구는 오랜만에 스포츠뉴스 란에서 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중적 인기와 관계없이 농구를 사랑하는 매니아들도 물론 있는데, 이들이 부지런히 인터넷 중계를 찾아보다 보니 국내 TV채널에선 NBA게임까진 방송할 필요성은 못 느끼는 모양.
하지만 국내 채널이 외면한 이번 시즌 NBA 플레이오프는 미국에서 마이클 조던 시대를 넘어서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흥행 요소가 이번 플레이오프 시즌을 채우고 있기 때문.
첫 번째 흥행 메이커는 서부 8번 시드 멤피스 그리즐리스.
루디 게이의 부상 결장에도 불구하고 그리즐리 곰들은 끈끈한 팀플레이로 서부 1위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물리치는 재주를 부렸다.
여러 팀을 전전하며 혹평을 달고 다니던 잭 랜돌프는 마침내 자신과 어울리는 팀,
동료들을 만나면서 그리즐리스 팀 역사상 첫 플레이오프 승리를 이끌었다. 비록 서부 준결승 진출로 만족해야했지만.
진흙탕 싸움 같았던 서부 준결승에서 곰들을 뿌리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서부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댈러스 매버릭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코비 브라이언트의 LA 레이커스를 제대로 스윕해버린 댈러스 매버릭스는 젊은 패기로 버틴 썬더를 제압하고 파이널 시리즈에 안착했다.
그 중심에는 불스가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한 데릭 로즈라는 걸출한 포인트 가드가 있다.
충실한 조력자들, 전략가 코치와 함께 불스를 정규리그 1위 팀으로 만든 로즈는 이번 시즌 르브론 제임스를 따돌리고 MVP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젊은 황소들이 동부 결승까지 올라 맞닥뜨린 상대는 마이애미 히트.
샤킬 오닐과 함께, 그리고 그를 떠나보낸 후에도 팀을 이끌어왔던 드웨인 웨이드에 이번 시즌을 앞두고 크리스 보쉬와 르브론 제임스가 가세했다.
르브론 제임스는 'KING'이라는 닉네임에 걸맞지 않게 친정팀을 이끌기 보다는 드웨인 웨이드라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있는 빅 마켓의 팀으로 갈아 탄 것.
어떻게 모였건 이 히트의 빅3에게는 기세등등하던 불스도 역부족이었다. 게임 마무리 과정에서 허점을 보인 불스는 히트에게 파이널 시리즈 진출권을 내주고 말았다.
돌풍을 일으켰던 불스와 썬더, 그리즐리스는 다음 시즌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 다.
반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일찌감치 모습을 감춘 팀 던컨, 케빈 가넷, 코비 브라이언트의 위상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을 모은다.
시카고 불스와 LA 레이커스의 시대를 풍미했던 필 잭슨 감독은 은퇴를 발표했다.
안타깝게도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이 격변의 시즌에 댈러스 매버릭스가 스타군단 히트를 무너뜨리고 고참 엘리트 팀으로서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을까.
우승반지의 주인공이 가려질 파이널 시리즈는 6월 1일(현지시간 5월 31일 저녁)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