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룡의 한방라운지)토종

이해룡 기자I 2006.05.04 16:38:09
[이데일리 이해룡 칼럼니스트] 미국에서 수입한 칼로스 쌀이 맛이 없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한다. 칼로스쌀을 수입한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시중에 풀었던 쌀이 팔리지 않은채 대량으로 반품되는 바람에 이를 처리하느라 쩔쩔 매고 있다.

이제는 공매를 해도 응찰자가 없어서 유찰되는 통에 수입쌀 처리가 새로운 문제거리로 등장했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칼로스 쌀 하면 한때 일부 부유층에서나 한 번 씩 맛볼 정도로 이름이 높았던 쌀인데 밥맛이 없어서 소비자들의 구박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또 중국 쌀도 응찰자가 없어서 농림부가 고심하고 있다고 하니 역설적으로 국내 쌀시장이 개방이 되고 나서야 우리 쌀의 우수성을 알게 된 셈이다.

사실 기계로 대량 재배한 외국 쌀보다 우리 농민의 구슬땀이 구석구석 스며든 국산 쌀이 더 맛이 훌륭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토종의 힘은 뛰어나다. 국산약재의 약력이 수입산보다 월등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인삼의 경우 중국에서도 약력을 배가시킬 때는 고려삼을 쓰라고 권유하는 의서들이 많다. 그래서 국산약재는 값이 수입산보다 훨씬 비싸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약을 먹을 때도 될 수 있는 대로 우리 땅에서 나는 음식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약을 복용할 때 금기가 많다. 어떤 환자들은 금기 때문에 한약 먹는 것을 기피하는 수가 있을 정도다. 한의사들은 한약 복용시 가급적 밀가루 음식을 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밀가루를 이용한 요리들이 우리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요새 밀가루 음식은 국내산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병을 앓아서 몸이 허약해졌을 때는 우리 땅에서 나지 않은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소화장애를 겪을 우려가 있어서 한약을 먹을 동안에는 밀가루 음식을 자제할 것을 권유한다. 우리 땅에서 자란 먹거리가 우리 한약재와 찰떡궁합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 드물었던 아토피 등 각종 난치성질환이 최근에 성행하고 있는 것은 외국에서 들여온 패스트푸드에 노출된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약 복용할 때는 특히 패스트푸드를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토종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이름도 생소한 난치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다.

먹거리뿐 아니라 공산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필자는 외제품을 잘 쓰지 않는다. 애국심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외제를 쓰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장이라도 나면 외제품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일쑤다. 특히 A/S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고약한 일을 당하는 일이 자주 있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의 프린터를 샀다가 한 번도 쓰지 못하고 창고에 처박아 버린 적이 있다. 프린터가 PC와 맞지 않았는지 작동이 되지 않았다. 전화로 프린터회사의 A/S 센터에 고쳐달라고 부탁했더니 프린터의 문제가 아니라 PC와의 충돌로 인한 것이라면서 A/S비용을 고객이 물어야 한다기에 한 번도 쓰지 못한 프린터를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네 인정상 한 번도 쓰지 못한 제품의 A/S비용을 고객에게 물리는 것이 너무 야박하게 느껴져서다.

전화 한 통화면 제꺼덕 달려와 고쳐주는 국내 가전사들의 서비스가 새삼스럽게 아쉬웠다. 이러니 필자에게는 외국제품보다는 토종회사들의 가전제품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진다.

우리 농민들의 부지런함, 근면함이 끈끈하게 배긴 맛 좋은 국산 쌀이 그동안 위세를 부려온 칼로스 쌀을 허세로 만들어버리는 위력을 발휘했다. 농민들과 근로자들의 땀과 정성이 어우러진 토종의 힘이 험난한 국제화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바탕이 아닐까 한다. (예지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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