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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알 김치, 제2의 `만두 파동` 되나

피용익 기자I 2005.11.03 16:31:03

영세 김치 제조업체들 줄도산 우려돼
김치파동 정부 대응 적절했냐 비난도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중국산 김치에 이어 국내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식품의약안전청이 발표했다. 김치는 전국민의 밥상에 상시적으로 오르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충격의 강도는 과거의 `만두 파동` 이상이다.

기생충알 김치에 대한 식약청의 발표는 신뢰할만한 것인가. 이번에 거론된 업체들을 제외하면 다른 김치들은 안전한 것일까.

식약청 발표에 거론된 김치업체들은 대부분 영세업체들이다. 두산, 동원F&B, 풀무원 등 대형업체들은 한 곳도 적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영세업체, 대형업체를 구별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김치 파동`은 자칫 `만두 파동` 당시와 마찬가지로 영세 제조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치를 식자재로 사용하는 식당들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또 적발된 업체와 이름이 유사한 식품업체들의 경우 불똥이 튀지 않을까 벌써부터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6월의 `만두 파동`은 정부의 섣부른 발표로 인해 확산됐다. 전체 만두소의 3%에 불과한 불량만두소가 마치 대량 유통된 듯 발표되면서 연간 2700억~2800억원 규모였던 만두시장의 80% 정도가 붕괴됐다. 이로 인해 도투락, 진영식품 등 유명 만두업체들이 도산했다.

기생충알 김치에 대한 식약청의 발표 역시 김치 업계 전반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저 업체들도 이번 사태의 파장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세 김치업체들의 경우 피해규모가 더욱 크고 직접적일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청이 3일 발표한 자료에 기생충알이 검출된 김치를 제조한 업체는 모두 16곳. 이 가운데 절반인 8개 업체는 연간 판매고가 1억원에도 못미치는 영세 업체들이다. 적발되지 않은 나머지 업체들도 규모가 작기는 마찬가지다. 기생충알 김치 파동으로 인해 김치납품이 끊기거나 판매가 줄어들 경우 줄줄이 도산할 수도 있다.

문제는 기생충알 김치가 업체들의 책임만으로 떠넘길 수 없다는 데 있다. 적발된 김치 제조업체들은 양심껏 국내산 재료를 구입해 철저한 위생관리속에 김치를 만들었는데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데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김치에 대해 식약청은 풀어놓고 기르는 개와 고양이의 배설물이 생산과정에서 재료에 묻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식약청은 김치 제조업체들의 공장 설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도 다른날 검사했다면 걸리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공장이 아닌 재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보건당국은 평소 기생충알에 대한 관리를 하지도 않다가 중국 질검총국이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전수검사에 나섰다. 조사결과 기생충알이 검출되자 뒤늦게 기생충 예방을 위한 매뉴얼을 작성키로 한 것도 전형적인 `뒷북 행정`의 모습이다.

어쨌든 이번에 기생충알이 검출된 업체들은 물론 영세 김치 제조업체들은 존폐 위기에 서게 됐다. 이미 일부 김치 제조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김치 파동 이전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떨어진 상태다. 기생충알 김치 사건이 `제2의 만두 파동`으로 비화되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보다 정교한 대책과 사후관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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