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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공주르포①)공시지가 보상 "턱도 없다"

윤진섭 기자I 2004.07.12 15:01:52

현지 주민들 보상관련 불만 고조, `정부 대책이 뭐냐?` 반발
조치원 등 배후지는 들썩, 외지인들 이주자 택지 보상 주택 신축붐

[연기·공주=edaily 윤진섭기자] 국사봉이 우뚝 솟고 전월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는 너른 평지, 1번 국도를 따라 조치원에서 10km 떨어진 연기군 남면 종촌리를 장마비로 불어난 금강이 휘돌아가는 기세가 무서웠다. 이 마을은 연기군 송담에서 오른쪽으로 공주시 장기면과 연기군 남면, 그리고 금남면, 동면 중간에 위치해 신행정수도가 들어설 경우 중앙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주말 굵은 빗줄기는 수도자리 매김이라도 하려는듯 팍팍 흙바닥을 파고들었다. 송담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빠져 들어선 종촌리는 초입에 컨테이너를 개조한 중개업소와 함께 `신행정수도 연기·공주 평가 1위`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1위 평가를 자랑하는 현수막은 앞으로 일어날 그 많은 혼란을 예고하듯 바람에 이리저리 어지럽게 날리기만 했다. ◇"9천만원으로 뭘해? 어디가서 땅을 사나?" 2차선 길섶을 따라 10여 개의 중개업소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첫번째 방문한 남촌중개업소엔 백발의 노인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화제는 당연히 행정수도 이야기. “보상관련해서 소문이 무성한데, 공시지가로 보상하면 나갈 사람이 하나도 없지. 지금 땅값이 몇 배로 올랐는데 4만~5만원하는 공시지가로 보상하면 주민들이 가만히 있겠나...” 남촌 공인 임진수(70)대표는 인사말을 생략하고 말을 쭉 이었다. “내가 여기 논 1300평을 가지고 있는데, 올해 1월 1일 공시지가 평당 3만 5000원선이었어. 아무리 2배로 보상 해준다고 해도 9000만원 조금 넘을 것"이라며“주변 농지가격이 평당 20만~30만원을 넘는디, 어디 가서 땅을 사라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함께 자리하고 있던 김 모(68. 남면 종촌리)씨는 한술 더 뜬다. “공시지가로 보상받으면 주민 반은 거지된다”며 “행정수도 오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여기에 사는 사람들 살 궁리는 해줘야 되는 게 아닌가”오는 수도 만큼, 떠나는 민심은 말이 많았다. 이주자 택지에 대한 보상 역시 기대 하지 않는 분위기다. 원사봉 자락에 산다는 임웅제(67)씨는 “여기 찾아오는 사람들 모두 농가주택 사서 딱지 받을 요량으로 오는데, 그거야 돈 있는 외지 사람들 야그(이야기)”라며 “딱지를 수십장 받으면 뭘해.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조성비용의 70%를 내야 하는데, 여기서 그 돈 낼 사람 아무도 없을 거야”라고 큰소리 높였다. 보상얘기가 계속되는 도중 동네 주민들이 모여들어 너도나도 한마디씩 아우성했다. 이들은 언성을 높이며 걱정을 쏟아놓았다. 젊은이 축에 끼는 임호택(59)씨는 “행정수도 확정 환영한다고 마을 입구에 플래카드 붙인 사람들 욕들 많이 먹었지” 라며 “이제 이 동네 사람들도 행정수도 오는 것 반기지도 않고, 주민들만 희생시키는 행정수도라면 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로 옆 복지공인 김모(52세)대표는 “정책 세우는 사람들이 농민마음 헤아려 주면서 일을 해야지. 이런 식으로 해선 안된다”고 정부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씨는 “토지거래허가, 특례지역 등 투기를 방지한다고 이중 삼중으로 규제를 묶어놨는데, 그래도 현지 주민들이 팔도록 숨통은 터줘야 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또 그는 “월하리나 쌍정리 등 조치원 서부지역 사람들은 평당 30만~40만원에 팔면서 수십억대 부자가 됐다는데,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땅 100평 못 파는 상황에서 과연 행정수도가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상대적인 배고픔을 강조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눈 임모씨 (53)는 "우리 임씨 문중이 여기서 600년을 살아왔고, 한 집에서 농사지으면서 살고 있어요. 조상들 묘도 다 여기 있는데, 무슨 돈으로 다른 곳으로 이장할까 라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걱정을 털어놓았다. 보상이 택없다는 얘기만 절절했다. ◇외지인들, 이주자 택지노린 농가주택 신축 `붐` 종촌리를 빠져나와 1번 국도를 따라 월산리가 나왔다. 1번 국도변에서 행락객을 대상으로 복숭화를 파는 월산리 토박이인 윤광현(68)씨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동네 인심만 사나워졌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윤씨는 “월산리 사람들은 행정수도 발표 한참 전에 평당 3만~4만원에 외지인에게 땅을 넘겼다”라며 “그런데 지금 그 땅이 평당 30만~40만원까지 치솟았으니, 다들 술로 날을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토지가 묶여 외지인들도 토지를 팔지 못해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 라는 질문에 윤씨는 “외지인들은 사전에 사둔 토지에 주택을 짓는다”라며 “뼈대만 있는 엉성한 건물을 짓고, 나중에 이주자 택지를 분양 받을 것이란 게 이 일대 마을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외지인들의 농지주택 개축은 인근 양화리나 금남면 금천리 등 대부분 마을에서 성행하고 있었다. 실제로 남면사무소에는 최근 농가주택을 짓기 위해 신고된 농지전용건수는 수백건에 이르고 있다는 게 윤씨의 설명이다. ◇`정부가 마음대로 땅 빼앗아도 되나..청와대앞에서 드러누울 것" 공주시 장기면 당암리. 집중호우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예보에 비닐하우스를 손보러 나왔다는 최상규(53)씨는 “엄연히 세금내고 사는 국민인데, 정부 마음대로 가져다 쓰겠다는 심보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며 “이 나라가 공산국가인가”라며 정부정책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제 막 애들이 대학에 들어가 농협에 빚진 돈 8000만원에 융자를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최씨는 “현 시가하고 공시지가가 10배나 차이 나는데, 공시지가 보상은 빼앗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한다면 여기 주민들 청와대 앞에서 드러눕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공주와 연기 일대 주민들이 공시지가 보상이란 소리에 격앙돼 있는 반면 배후지로 지목된 조치원 일대 중개업소는 외지인 손님으로 술렁거리고 있었다. 연기·공주 논밭보다 조치원 자갈밭이 더 나았다. ◇외지인 투자 몰리는 조치원, "자갈밭도 금값 입니다` 조치원 역에서 연기·공주 방향으로 500m 거리에 위치한 충남공인 사장은 때마침 찾아온 손님과 대화를 하면서 10분마다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피하고 장기 투자를 하겠다는 대전, 서울 분들 전화가 하루에도 평균 50여건에 이른다”며 “요즘 상담하고 땅 소개하느라 점심을 거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되다 보니 웬만한 길가에 위치한 임야는 `자갈밭도 팔린다`고 할 정도로 인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작년 말에 평당 7만~8만원 하던 땅이 지금은 평당 30만원에도 거래가 쉽지 않다”라며 “특히 월하리와 쌍정리, 고복리 등 대지나 임야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했다. 부근 기존 아파트, 분양권 호가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최근 아파트 분양을 하면서 `떴다방`이 출현해 화제를 낳았던 신흥리 대우푸르지오. 모델하우스가 위치한 침서국회정리지구엔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7~8개의 중개업소가 분양권 거래를 위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시아 공인 이모 대표는 “첫날 1000만원에서 시작된 로열층 프리미엄이 지금은 호가만 3000만원”이라며 “워낙 이 아파트가 평당 450만원 이상에 분양돼,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던 주변 신동아나 욱일 1차 아파트값도 최근 들어 1000만~2000만원이 뛰었다”고 말했다. 연기군 종촌에 시누이가 산다는 양모(48. 조치원읍 상업)씨는 “조치원읍은 연일 들떠 있는 투기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아파트 값도 하루가 다르게 뛰는데, 시누이네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걱정한다”며 혈육간 희비를 안타까워했다. 또 양씨는 “외지인들의 부동산 투기로 자칫 마을 주민들간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전라도 부안 못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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