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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적막감 속 긴장…재판관들 이른 시각 속속 도착
오전 7시 30분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을 시작으로 재판관들이 속속 출근했다. 베이지색 코트에 연두색 넥타이 차림의 강 재판관은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말없이 사무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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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인근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AP(미국)·로이터(영국)·신화(중국)통신 등 외신 등 수백 명의 취재진이 모여들면서 역사적인 사건 현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경찰은 이날 헌재와 이어진 안국역 2번 출입구부터 원천 봉쇄하고 차벽과 버스 등을 이용해 헌재를 중심으로 좌우 100m 떨어진 곳에 겹겹이 장벽을 쳤다. 약 200m의 빈 공간엔 신원을 확인한 취재진 외 일반 시민들의 출입까지 철저히 통제했다.
◇탄핵 찬반 단체 , 마지막 순간까지 ‘인용 vs 각하’ 촉구
헌재 주변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탄핵 찬반 단체들의 집회와 시위가 이어졌다.
전날 노숙 농성을 벌인 약 100여 명의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회원들은 오전 7시부터 집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목이 터져라 “탄핵 각하”를 반복해서 외쳤다. 주위 곳곳에 돗자리와 담요, 컵라면 용기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춘천에서 집회 현장을 찾아 이틀 밤을 새웠다는 강모(72)씨는 “기각되리라 믿는 게 아니라 법대로만 하면 당연히 각하되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탄기국 측은 “전국 12개 지역에서 ‘애국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며 “최소 300만에서 최대 500만명의 인파가 집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근길 직장인들은 이들에게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김모(42)씨는 “바쁜 아침부터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며 “선고 이후 더이상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촛불집회를 주최해 온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측도 집결했다.
광화문광장을 출발한 퇴진행동 측 무대 차량이 오전 8시 40분쯤 안국역 4번 출구 쪽에 도착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헌법 제1조’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노랫소리와 탄기국 측 “탄핵 각하” 구호가 뒤엉키면서 안국역 로터리를 가득 메웠다. 전날부터 24시간 농성에 돌입한 21세기대학생연합회 등 대학생들도 ‘까치집’ 머리를 한 채 “탄핵 인용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탄기국과 퇴진행동은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는 선고를 대형 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지켜본 뒤 결과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계획이다.
양측은 각각 자신들이 주장하는 ‘탄핵 각하’와 ‘탄핵 인용’이 반드시 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