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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노조 '선택의 시간'…모래시계는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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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주 기자I 2016.08.29 11:44:02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지난 26일 금요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행장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CEO의 일정을 관리하는 일부 직원들도 몰랐을 정도로 이날 회동은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따로 예정된 일정이 없었던 이날 금융권 대표들이 한 곳으로 대거 모인 이유는 사용자협의회 탈퇴를 결의하기 위해서였다.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다는 것은 산별교섭 대화 상대인 금융노조와 더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40일째 되는 날이었다. 천막농성을 비롯해 9월23일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던 금융노조로서는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이 됐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이 갑자기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은행권 사측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교착 상태에 빠진 교섭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7월21일 은행권이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후 5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조는 성과연봉제 등 사측의 요구안을 철회할 것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루한 교섭이 진행되자 차라리 은행 개별 노사간 합의를 보는 것이 빠를 것이라고 판단해 ‘협의회 탈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 것이다.

결국 이번 결정으로 사측에 “요구안 철회냐, 투쟁이냐”의 선택을 요구하던 은행권 노조는 반대로 선택을 강요받게 됐다. 각 은행이 개별 노조를 상대로 진행할 예정인 성과연봉제 도입 논의에 응할 것인가, 아니면 금융노조와 함께 총파업 등 투쟁에 나설 것인가가 그 선택의 카드다. 만약 은행권 노조 중 한 곳이라도 전자를 선택한다면 금융노조의 결속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음 달 총파업까지 이끌고 갈 추진력도 부족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공기업 중에서도 주택금융공사가 금융노조를 탈퇴해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이겠다고 한 선례가 있는 만큼 노조로서는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결정이 늦을수록 협상테이블의 우위를 사측에 넘겨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노조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은 노조원 다수를 위해 어떤 결정이 옳을지 판단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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