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3E 8단 제품을 업체 최초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큰 손 엔비디아에 납품한지 6개월만에 또 한번 기술력을 입증했다. HBM 시장에서 앞서나가며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하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을 연내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으로,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HBM 삼각동맹은 강화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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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칩으로,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6세대(HBM4)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회사는 HBM3E 12단 제품이 AI 메모리에 필수적인 속도, 용량, 안정성 등 모든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충족시켰다고 설명했다.
우선 이번 제품의 동작 속도를 현존 메모리 최고 속도인 9.6Gbps로 높였다. 이는 이번 제품 4개를 탑재한 단일 GPU로 거대언어모델(LLM)인 ‘라마 3 70B’를 구동할 경우 700억 개의 전체 파라미터를 초당 35번 읽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또 기존 8단 제품과 동일한 두께로 3GB D램 칩 12개를 적층해 용량을 50% 늘렸다. 이를 위해 D램 단품 칩을 기존보다 40% 얇게 만들고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활용해 수직으로 쌓았다.
여기에 얇아진 칩을 더 높이 쌓을 때 생기는 구조적 문제도 해결했다. SK하이닉스는 자사 핵심 기술인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이번 제품에 적용해 전 세대보다 방열 성능을 10% 높였고 강화된 휨 현상 제어를 통해 제품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HBM3E 12단 양산 계획을 세우고 있고, 마이크론은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서 HBM3E 12단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에게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HBM3E 12단 양산으로 메모리 3사 중 12단 제품 양산에 가장 빨리 나서면서 삼성과 마이크론보다 한 발 앞서게 됐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담당 사장은 “다시 한번 기술 한계를 돌파하며 시대를 선도하는 AI 메모리 리더로서 면모를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AI 시대의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제품을 준비해 글로벌 1위 AI 메모리 공급업체로서 위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4에서도 우위를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HBM4 12단을 내년 하반기 양산하고, 2026년에 HBM4 16단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은 내년 HBM4를 개발 완료해 내년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함에 따라 HBM4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