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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 안 시켰습니다"…`훈련병 사망` 중대장, 유족에 거짓말 했나

황병서 기자I 2024.07.24 11:51:12

군인권센터, 유족·중대장 녹취록 공개
사고 직후 대화에서 사실 축소 발언 정황
"유가족 앞에서 스스럼없이 거짓말"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일명 얼차려(군기훈련)를 지시해 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27·대위)이 사고 직후 유가족에게 가혹행위를 축소해서 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일명 얼차려)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해당 부대 중대장(대위)이 지난달 21일 강원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군인권센터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훈련병이 쓰러진 다음 날인 5월 24일 오전 9시 51분께 강원 강릉아산병원 인근 카페에서 중대장과 유가족 간에 이뤄진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유가족이 연병장을 몇 바퀴 돌게 했느냐고 묻자 중대장은 “제가 지시한 거는 세 바퀴였습니다”라며 “두 바퀴를 돌다가 세 바퀴 돌 때쯤, 그러니까 한 바퀴, 두 바퀴 뛰고 세 바퀴를 한 50m 정도 갔을 때 쯤 쓰러졌다”고 대답했다.

유가족이 또 “그러면 빠른 속도로 선착순처럼 이런 식으로 돌렸나요”라고 묻자, 중대장은 “아닙니다. 쓰러질 당시에 선착순 이런 걸 시키지 않았고 딱 세 바퀴만 열을 맞춰서 제대로 맞춰서 같이 뛰어라,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속도 같은 거 통제하지 않았습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선착순 뜀 걸음 1바퀴를 실시했고, 팔굽혀펴기와 뜀 걸음 세 바퀴를 잇달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는 “5월 24일의 거짓말은 사건 발생 이후 중대장이 사고 상황을 어떤 식으로 진술하고 다녔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단서”라면서 “적어도 중대장은 5월 24일 유가족에게 상황 설명을 한 시점까지는 자신의 가해 사실을 숨기고 ‘연병장을 3바퀴 뛰게 했는데 2바퀴를 뛰고 난 후 박 훈련병이 쓰러졌다’고 축소 진술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가족 앞에서까지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아 사고 발생 직후 소대장이나 군의관에게 가해 사실을 소상히 얘기했을 가능성이 작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대장과 부중대장(25·중위)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 주둔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 훈련을 하면서 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15일 재판에 넘겨졌다. 중대장은 숨진 훈련병의 모친에게 문자 메시지로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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