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변호사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김 씨의 통화 내용을 다룬 16일 MBC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화면을 올리며 “대통령 뽑는 선거에 각 후보 진영 공약이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주요 정당 후보 부인의 과거나 머리스타일 비교, 대화 녹취록까지 불필요한 정보들로 넘쳐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취재와 보도윤리를 져버릴 정도로 중차대한 사안의 발견이 아니라면, 그건 그 직업이 갖는 특수성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해 들은 풍월을 보도라는 지위를 악용해 사실을 편향되게 보여주거나 선동하는 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이 변호사는 배우 곽현화 씨와 모델 양예원 씨, 유도선수 신유용 씨, 서지현 검사 그리고 가수 박유천 성범죄 피해자 등 여러 ‘미투(Me Too·성범죄 고발 운동)’ 관련 사건을 줄곧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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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 와중에 이런 과잉된 행태의 저간에 여성을 쉽게 가십에 대상으로 삼고 공격해온 관행이 최근 뚜렷하게 포착되는 여혐 같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18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그동안 김 씨가 여성이기 때문에 공격받는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통화 녹음 파일 공개 보도는 보도윤리를 넘어섰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김 씨의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미투 사건 관련 발언은 매우 유감이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 않나. 대통령 후보도 아닌데 일거수일투족을 다 검열하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유독 대통령 부인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이어지는데, 이런 기준이라면 우리나라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같은 후보가 나왔다면 그 부인은 어떻게 취급됐겠는가”라고 비유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은 그의 학창시절 선생님이었고, 과거 불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김 씨의 젠더 의식을 보여주는 입장에서 정작 MBC는 젠더 의식은 갖추었는지 의문”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했다지만 이렇게 되면 김 씨를 비판하고 싶었던 거지, 김 씨의 젠더 의식을 비판하는 게 아닌 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씨의 발언이 정당한 컨베이어 벨트에서 논의된 것인지 생각해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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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달라지거나 나아진 것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가십성 보도는 피해자의 상처만 헤집을 뿐”이라며 “보도가 안 됐으면 김지은 씨도 소환될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김건희 씨의 미투 관련 발언에 유감을 나타내며 “김 씨도 ‘쥴리설’로 고통받아왔다”고 말한 데 대해 “이번 통화 녹음 공개도 같은 맥락”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김 씨도 일정 부분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며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논란이나 사적영역인 통화 내용 공개가 “여성에 한정된 논란”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6일 스트레이트는 김 씨가 지난해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 통화한 내용 중 일부를 공개했다.
김 씨는 통화 중 “난 안희정이 솔직히 불쌍하더만.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는 되게 안희정 편”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2019년 9월 수행비서 김지은 씨에 대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성폭력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 받았다.
김지은 씨는 김 씨의 발언이 알려지자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2차 가해 씨앗이 된다”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았던 이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쥴리설’로 인한 여성비하적 인격말살로 후보자 부인 스스로 오랫동안 고통받아왔었음에도 성폭력 피해 당사자이신 김지은 님의 고통에 대해서는 막상 세심한 배려를 드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