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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10월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구체적인 공모 일정을 공개했습니다. 희망 공모가격을 주당 10만5000원~13만5000원으로 제시했죠. 공교롭게도 2일 카카오게임즈 청약 마감일에 말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청약경쟁률이 1524.85대 1을 기록, 청약 증거금 1억원을 넣으면 고작 5주를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SK바이오팜(326030)처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 오른 후 상한가)’에 ‘3연상(3거래일 연속 상한가)’까지 가준다면 앉은 자리에서 4.4배의 수익률을 얻게 되는 거죠. 그런데 수익금으로 따지면 51만5000원(공모가격 주당 2만4000원, 주가 10만54000원까지 오를 경우 가정)밖에 안 됩니다. 마이너스통장에 친척돈까지 동원,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은 청약 치고는 살짝 아쉬운 수익금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됐을까요? 일부 투자자들은 ‘바늘 구멍’ 청약에 얼마 안 되는 수익금보다는 차라리 비상장주식을 선점하자는 생각을 한 듯 합니다. 비상장주식이 상장 될 경우 별다른 조치 없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에서 언제든지 팔 수 있으니까요.
◇ ‘따상’에 ‘3연상’ 신화..빅히트 장외주식 선점하자
4일 장외주식거래 사이트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희망 공모가격 상단보다 더 비싸게 사겠다는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2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게시된 20여건이 넘는 글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적게는 100주부터 많게는 3만주까지 주당 15만원 또는 20만원에 사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카카오게임즈 학습효과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장외 기준가격이 연초 1만8000원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상장을 석 달 앞둔 6월부터 주가가 들썩이기 시작하더니 이날 7만3000원까지 올랐습니다. 연초 대비 4배 가까이 오른 것이죠. 몇 주 못 받는 공모주에 청약을 하느니 상장 전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식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일 겁니다.
내년께 상장을 준비 중인 게임업종 크래프톤은 연초 대략 40만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3일엔 122만원선에 거래됩니다. 아직 상장예비심사 청구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 미리 주식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을 마치고 7, 8일 일반투자자 청약에 들어가는 압타머사이언스는 연초 1만5000원에서 3만6250원까지 주가가 올랐습니다. 이미 희망 공모가격(2만~2만5000원)을 뛰어넘었죠. 솔루엠도 1만2000원이던 주가가 2만4500원까지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지난달초 3만원에서 좀 빠졌긴 했지만요.
공모주 투자 열기가 워낙 뜨겁다보니 비상장주식 시장까지 들썩이는데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인 K-OTC의 월별 거래대금은 1~5월 월 평균 823억6600만원이었으나 6월 1179억4100만원, 7월 1581억8200만원, 8월 1481억5400만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 열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청약이 끝난 이날에도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7만4000원에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K-OTC BB(장외주식 거래 게시판)에서 거래된 카카오게임즈 비상장주식은 2일 가중평균가격이 무려 8만원에 달합니다. 이들은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후 SK바이오팜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겠죠. ‘따상(예상 주가 6만2400원)’만으론 수익이 안 나기 때문에 따상 이상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공모주 광풍에 공모가 고평가 주의보
돈은 넘치는데 돈 벌 구석은 많지 않고, 그러다보니 성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공모주 투자에 광풍이 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 중 상장 2년 미만 종목을 모아놓은 IPOUSA 지수는 3월 20일 대비 104.9% 올라 나스닥 지수 수익률(70%)을 뛰어넘었습니다. 김수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별 종목의 IPO(기업공개) 및 신규 상장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를 견인하는 것은 펀더멘털보다 투자자들의 경험 등 심리, 감정”이라며 “지금과 같은 IPO 열풍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증시 상장을 노크하는 기업들 전부가 들썩이는 것은 아닙니다. 바이오, 게임 업종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별 타격을 받지 않으면서도 이미 상장 흥행이 증명된 업종에 속한 종목들 위주로 주식 매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4월에 거래소에 예비심사청구를 했지만 아직 승인이 안 떨어진 교촌에프앤비는 최근 한 달간 매수하겠다는 글이 한 건도 없습니다. 상장에 재도전하는 바디프랜드는 매수와 매도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비상장주식의 가격 흐름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4월께는 8000원까지 떨어졌다가 7월 1만2000원을 넘는가 싶었는데 다시 9300원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장을 앞둔 기업들은 아마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정이 강할 것입니다. 그래야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 받을 테니까요.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합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공모가격이 높게 평가된 기업에 어설프게 투자했다간 꼭지에 물려버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차 한 대 팔아본 적 없는 미국의 수소차 업체 니콜라가 공모가의 4배까지 주가가 튀어올랐다가 고점 대비 반토막을 내기도 했고요. 2017년 5월 공모가격 15만7000원에 상장한 넷마블(251270)은 그해 말 20만원까지 올랐으나 3년째 내리막을 걷다 이달 들어서야 공모가격을 회복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지분 투자한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 기대감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