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부시는 후세인과 똑같다"

하정민 기자I 2004.05.04 15:17:06

포로학대 비판고조.."전쟁 마지막 명분 상실"

[edaily 하정민기자] 미군과 영국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관련자 중징계를 포함한 파문 차단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군 수뇌부가 포로학대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과 아랍권이 극렬한 반미감정을 공공연히 표출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언론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사담 후세인에 비유하며 비판하고 있다"고 4일 온라인판에서 전했다. 미국 CBS방송을 통해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장면이 방송되면서 불거진 파문은 영국 데일리미러가 영국군의 포로 학대 사진을 게재하면서 더욱 확산됐다. 영국군 관계자들이 관련 사진의 진위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으나 데일리미러는 익명의 병사 두 명의 말을 인용, "(포로학대 사실은) 한 마디 한마디가 모두 진실"이라고 강조하는 새로운 기사로 영국 정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포스트에 따르면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도대체 사담 후세인과 조지 부시의 차이가 무엇이냐"며 야만적 행위에 대한 분노를 표시했다. 알자지라는 "후세인과 부시의 차이는 전혀 없다"며 "이라크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미국에 대한 증오가 들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멘타임즈는 "사담 후세인이 야만적 독재자라고 하더라도 미군의 행위는 사담과 매우 흡사하다"며 비판했다. 바레인트리뷴역시 "사담의 모든 것을 물려받은 부시가 사담의 고문기술과 방법까지 고스란히 전수받았다"고 비꼬았다. 비판은 아랍권에만 국한되지 않아 스코틀랜드의 선데이헤럴드는 공개된 포로학대 장면은 "사담이 봤으면 (차라리 내가 낫다고) 자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의 아시아타임즈는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자 독재자의 비인도적 통치 종식을 전쟁 명분으로 내세웠던 부시는 미군의 포로학대사실이 드러나면서 유일한 명분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포로학대 사건으로 미국은 이라크 전쟁 개시 및 후세인 축출정당성을 스스로 퇴색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로에게 신체적, 인격적 모욕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제네바 협약까지 위반한 미국의 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같은 상황은 이라크인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 가뜩이나 혼미한 이라크 정국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