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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분석)금통위와 `금리 바닥론`의 부상

정명수 기자I 2002.10.04 17:44:46
[edaily 정명수기자] 이번주(9월30일~10월4일) 채권시장은 개천절 휴일이 중간에 있었지만 `지루하다`를 연발하는 시장참가자들이 많았다. 금통위를 앞둔 `폭풍전야`를 연상시켰다.

4일 국채선물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공세`에 하락한 것과 해외시장에서 들려오는 `채권, 좋은 시절 다갔다`는 뉴스 등이 정말로 `고요함 뒤의 폭풍`을 예고하는 것일까.

◇금통위의 선택..올려도 그만(?)
박승 한은 총재와 전윤철 부총리가 미국에서 돌아온다. IMF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날아간 박 총재와 전 부총리는 미국 현지에서도 각자 다른 목소리를 냈다.

박 총재는 여전히 "금리는 올리고 싶은데..."를 연발했고, 전 부총리는 "금리 인상은 신중해야"로 받아쳤다.

한국은행은 10일 금통위 전까지 금리인상의 논거가 될 통계자료를 충분히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대출이 여전히 늘어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는지도 체크할 것이다. 한은은 이미 빚을 내서 소비를 했다는 소비패턴 분석도 내놨다.

그러나 콜금리 인상을 가로막는 최대 요소는 국내 통계가 아니라 국외 통계다.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대이라크 전쟁, 일본과 유럽 경제의 고전, 자산 디플레에 대한 우려 등등.

전 부총리는 한술 더 떠 미국으로 떠나기 전부터 "통화정책은 통계에 근거해야"라고 말했다. 경제 규모가 커졌으니, 통화량이 많이 풀렸다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안된다는 것.

10월부터 총액대출한도를 2조원 줄인 한은은 콜금리 목표 수준을 맞추기 위해 RP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단기자금 시장은 빠듯하게 움직이고 콜금리는 4.35%로 이미 올라있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한은이 콜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이미 시장의 콜금리가 4.35%로 목표 수준인 4.25%에서 10bp 올랐기 때문에 `쇼크는 없다`고 주장한다. 올려도 그만이라는 것.

◇밖에서 불어오는 또 다른 태풍.."금리 바닥론"
이번주 내내 시장참가자들을 고민하게 만든 것은 은행채였다. 총액대출한도가 축소되면서 단기 자금 사정이 빠듯해진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에 주력했다. 은행채의 집중적인 발행은 수급에 적신호를 보냈다. 이는 콜금리 인상 가능성과 맞물려 채권수익률을 박스권에 가둬버렸다.

그러나 개천절 휴일 후 나른한 주말 채권시장을 뒤흔든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선물 매도와 미국, 유럽 등에서 들려오는 `금리 바닥론`이었다.

4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선물 매도는 스왑시장에서 통화스왑(CRS) 페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채권 발행을 주간하는 외국 금융기관이 홍콩, 싱가폴 등 현지에서 스왑을 페이하고, 나머지는 국채선물 매도로 커버했다는 것.

외국인 매도의 정확한 이유가 무엇이든, 국채선물 가격이 오랜만에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금리가 바닥을 다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됐다.

특히 해외의 뉴스 매체들이 잇따라 미국, 독일, 일본 국채시장을 거론하며 "채권수익률이 충분히 낮아, 이제는 주식으로 눈을 돌려야한다"는 기사를 내보내 시선을 끌었다.

빌 그로스 같은 채권 대가들은 "아직도 미국 주식은 더 떨어져야한다"고 말했지만, 국고 3년 수익률이 5.2%선 앞에서 몇차례 되돌아서곤 했기 때문에 `금리 바닥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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