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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석유 국가 비축분을 방출하기로 발표했다. 국가 비축유 잉여분 중에서 일본 국내 수요의 1~2일 분량인 약 420만배럴을 우선 방출하고 필요하면 추가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석유비축사업은 국가비축과 석유회사에 의무화된 민간비축, 산유국과 연계하는 공동비축 등 3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1973년 제1차 석유위기를 겪으며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국가비축량은 9월 말 기준 145일분으로 목표치인 90일분을 크게 웃돈다. 일본 국내 석유 소비량이 감소세에 있어 일수로 환산하면 잉여 비축분이 더 늘어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이 잉여분을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방출한 원유는 아시아 석유 시장에서 매각해왔으며, 이번에 방출하는 원유도 같은 시장에 팔 수 있을지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 국가 비축분을 방출하는 데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은 분쟁이나 재해 등으로 석유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민간 비축분에 한해 잉여 석유를 풀어 왔다. 1991년 걸프전으로 리비아 정세가 악화했을 때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도 민간 비축분을 방출하는 데 그쳤다.
휘발유 가격 평균이 1리터당 185.1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에도 비축분을 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일 일본 자원에너지청이 발표한 휘발유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1리터당 169엔으로 2008년보다 낮은 수준인데도 국가 비축분을 방출할 계획이다.
세금을 들여 국가 비축분을 저장하는 기지를 만들었지만 이번 방출로 빈 탱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10월 각의에서 결정된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도 ‘계속 석유 비축 수준을 유지한다’고 명기했다”며 “국가 비축분에 처음 손을 댈 때에는 정부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영국도 국가 비축분에는 손대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조치가 국제유가를 안정에 기여할 지도 미지수다. 미국과 일본 등 각국이 잉여 석유를 방출해도 공급량 증가는 일시적이며, 유가 억제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