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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행세하며 1억원 꿀꺽…'최악의 트위터 해킹' FBI 수사 착수

김보겸 기자I 2020.07.17 11:03:31

FBI, 유명 인사들 트위터 해킹 수사 착수
"가상화폐 사기 목적…비트코인 보내지 말라"
트위터 해킹으로 약 1억5000만원 빼돌려
美 의회도 촉각…"선거 얼마 안 남았는데"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 당한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대선을 불과 넉달 앞둔 만큼 의회와 주정부까지 나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할 정도로 파장이 커지는 기류다.

◇최악의 ‘트위터 해킹’에 FBI 나서

FBI 샌프란시스코지부는 16일(현지시간) 유명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갈취한 해킹 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FBI는 “현재로서는 가상화폐 사기 목적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가상화폐나 돈을 보내는 사기 피해자가 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전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필두로 미국 정·재계 유명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에는 “비트코인을 1000달러(약 120만원) 이상 보내면 두 배로 돌려주겠다”는 내용의 트윗이 올라왔다. 해커로 추정되는 이들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등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명사들의 계정에 접근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팔로워가 많은 불특정 계정에 유명인들의 과거 트위터 계정 이름을 붙이고 프로필 사진을 모방하는, 이른바 ‘더미(dummy) 계정’을 통해 그들 행세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킹으로 얻은 범죄 수익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은 해커 일당에게 비트코인이 400회 넘어갔으며 액수는 총 12만1000달러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해커 일당은 편취한 비트코인을 전자지갑으로 받은 다음 다른 주소로 이체했는데, 엘립틱은 이를 “현금으로 인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위터 해킹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는 해당 비트코인 주소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FBI는 어떻게 해커들이 계정에 접근했는지와 개인메시지 같은 다른 정보도 뚫렸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美 의회서도 “선거 가짜뉴스 퍼뜨릴 수도 있었다”

FBI뿐만 아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트위터 창사 이래 최악의 사건인 이번 해킹을 두고 미국 금융서비스국에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해킹을 통해 수많은 계좌에 접근한 사건은 사이버 보안 우려를 심각하게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회 역시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명 인사들의 계정이 한 번에 뚫릴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에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만약 이들이 트위터를 해킹해 선거 관련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주식시장을 교란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해보라”고 꼬집었다.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사건 직후 잭 도시 트위터 CEO에게 FBI, 법무부에 연락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상원 정보위원회는 트위터에 해킹 경위 자료를 보내라고 요구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트위터에 “코로나19로 지역사회에 환원하고자 한다. 아래 주소로 비트코인 1000달러를 보내면 두배로 돌려주겠다”는 내용의 트윗이 올라왔다. (사진=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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