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거 이춘재 세 차례 수사했지만…‘혈액형 불일치’

정병묵 기자I 2020.07.02 10:25:53

경기남부청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종합 수사 결과’ 발표

[이데일리 정병묵 공지유 기자] 1986년부터 1991년까지 6년여에 걸쳐 14명의 희생자를 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당시 경찰이 이춘재를 세 차례에 걸쳐 수사했지만 범인으로 특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한 장면. 싸이더스 제공.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일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종합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당시 이춘재에 대한 수사가 총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지만 그를 범인으로 특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첫번째는 6차 사건(1987년 5월 26일) 발생 이후인 1987년 7월이었다. 당시 경찰은 1986년 8월께 발생한 별건 초등학생 강간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를 수사했으나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8차 사건(1988년 9월 16일)을 수사 중이던 1988년 11월경, 첫 번째 수사가 미진했다는 이유로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당시 이춘재의 음모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다.

현장음모와 혈액형 및 형태적 소견이 상이하다는 감정 결과로 더 이상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현장음모 혈액형은 ‘B형’으로 감정돼 ‘O형’인 이춘재는 배제됐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2003)’에도 비슷한 내용이 묘사됐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정액이 유력 용의자 박현규(박해일 분)의 DNA와 일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그려졌다.

이춘재에 대한 세 번째 수사는 1989년 7월 7일 발생한 초등생 J양 실종사건 관련, 1990년 1월께 이뤄졌다. 6차 사건에서 확인된 용의자 족장(255mm)과 이춘재의 족장(265mm)이 불일치하다는 이유 등으로 용의선상에서 배제됐다.

경찰은 당시 수사환경 및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경기남부청은 “범행의 특성상 범행 현장에서 지문 등 범인을 특정할 만한 단서나 목격자 확보가 어려웠고, 열악한 수사 환경과 법과학 기술의 한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발생 초기에 각 사건을 개별 사건으로 판단하여 수사를 진행하다가 4차 사건 발생 이후에 비로소 심각성을 인식하고 수사본부를 편성한 아쉬움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이춘재의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되신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린다”고 강조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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